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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통합은 유능의 지표, 분열은 무능의 결과"

기사입력 2025-06-05 08:11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6.4 [국회사진기자단]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21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받아 든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각자 예상과 실제 결과를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해석과 촌평을 내놓기도 한다. 자신들의 삶에 어떤 유불리가 있을지 점쳐보는 이들도 있다. SNS로 연결된 지인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그들이 국민의 대표성을 모두 반영할 수 없기에 그 반응이 국민 전체의 정서를 정확히 담을 수는 없지만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단면은 될 듯하다.

은퇴한 지 10여년이 된 70대 지인은 4일 "20대 30대 40대 우리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연령대에서 모두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높다니 우리 아니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네는 확실한 모양"이라면서 "가슴 한 귀퉁이가 텅 빈 것 같고 씁쓸하기도 하다"고 SNS에 썼다.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노년층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반응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이나 세대별 후보 지지도의 차이가 여전히 크게 좁혀지지 않았고, 특히나 20대 남녀 성별 차이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 결과 이재명 후보 49.42%, 김문수 후보 41.15%로 두 후보 간 격차가 8.27%포인트 난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했다. 우선 김 후보가 뒤늦게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는데도 예상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며 그 이유를 묻는 지인에게 딱 떨어진 답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막판 보수 진영이 결집한 것으로 보는 분석이 있긴 하다. 올해 환갑을 맞은 민주당 지지자는 SNS에 김 후보의 지지율이 40%를 넘는 것을 두고 "우리 국민들이 보수 진보나 영남 호남을 떠나 내란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순진한 믿음은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본투표 날 오후 8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전후로 나온 반응도 갈린다. 몇 년 전 퇴직한 고교 동창은 출구조사 발표 직전 친구대화방에 오늘 하루 자전거 퀵서비스 일을 해서 6만원 벌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내일 정상적인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길 학수고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평소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혀온 그였다. 정년퇴직한 한 선배는 SNS에 개표방송을 하는 TV 앞에 놓인 탁자에 캔맥주와 안줏거리가 올려진 사진을 올리고 "지난 6개월 동안의 분노와 초조, 우려를 이제 내려놓는다"라고 썼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으로 달려갔다는 사람이다.

선거 결과는 누구에겐 기쁨을 주고 어떤 이에겐 좌절을 안길 것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한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간다. 서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존중받는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떤 후보에 투표했든 그 표의 가치는 동일하고 소중하다.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표로 나타난 국민의 정치적 의사는 대선 후 정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 갈등 요소를 걱정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 자체가 민의(民意)다. 같은 지역이나 세대, 성별이라도 가치관이 제각각이고, 지지 후보도 다를 수 있는데 특정 지역·세대·성을 하나로 뭉뚱그려 그들의 정치 성향을 매도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다. 이제 그런 구태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TK 출신 지인은 SNS에 작은 바람을 올렸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던, 고향에 사는 78세 큰 형님이 '누구'는 정말 안된다면서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전하면서 새 정부에 바라는 건 큰 형님이 걱정했던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고 "우리 큰형님께서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면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지켜 많은 이들의 '걱정' 이 '기우'가 되길 소망한다.

bondo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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