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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의대편중으로 이공계 인재부족"…첨단기술 5위라는 평가

기사입력 2025-06-11 08:02

[출처=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협력포럼'에 AI 반도체가 전시돼 있다. 2025.5.20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종합 5위를 차지한) 한국의 성과는 첨단 ICT 인프라, 세계적 수준의 인터넷 속도, 정부의 디지털전환 노력, 테크기업과 기술 친화적 국민 등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주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글로벌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책 및 공공재정지원이 유지, 강화돼야 한다. 인구 감소와 이공계생들의 의대지원 편중 현상으로 인재 부족이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국들의 발 빠른 규제완화 추세를 고려하면 정부도 규제개혁 진전에 집중해야 한다"(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 '핵심·신흥기술지수 2025' 보고서. 2025. 6. 5)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벨퍼센터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인공지능(AI) 등 5개 첨단기술 분야 순위에서 한국은 종합 5위를 차지했다. 세계 25개국 중 5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열되는 첨단기술 개발경쟁과 한국 산업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한국이 5개 분야에서 얻은 총점수는 20점으로, 1위 미국(84.3점), 2위 중국(65.6점), 3위 유럽(41점) 등과 격차가 크다. 반도체가 5위로 비교적 높았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에 밀렸고 AI는 9위, 바이오는 10위였다. 양자(12위), 우주(13위)는 10위 밖이다. 한국은 6위인 영국(19.1점), 7위 독일(18.6점) 등과 근소한 점수 차이를 보여 앞으로 자칫 순위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관련 업계에선 각국의 치열한 기술 경쟁에 낀 한국이 처한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는 보고서란 평가가 나온다.

첨단 기술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가열되는 가운데 관련 분야의 우리 기술 수준이 중국 등에 밀리고 있다는 진단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첨단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며 우수 인력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데 국내에선 이공계 인력의 의대지원 편중으로 인해 재능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앞서 올해 초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국내 전문가들에게 설문한 결과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다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전력반도체,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은 한국의 기술 수준이 중국보다 낮았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만 한국과 중국이 같은 수준이었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인 2015년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의 1단계인 '중국제조 2025'(메이드인 차이나 2025)를 만들어 제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이어 반도체와 신소재 등 첨단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새 국가산업전략을 만들고 있다. 이미 중국은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챗봇을 개발해 내놓은 데 이어 5분 충전이 가능한 비야디(BYD)의 전기차, 로봇청소기 1위 로보락 등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이 AI용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등 중국의 기술개발과 성과를 견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벨퍼센터의 보고서도 "중국은 미국을 따라가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고 몇 개 분야에서 그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선거전부터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를 위해 대통령실에 'AI 미래기획 수석실'도 신설하는 등 첨단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에 각별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출현에서 경험했듯이 '따라잡기'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진입했다. 남보다 앞선 기술개발과 첨단제품 생산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승자'가 결국 시장을 독식하는 시대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첨단기술 개발과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통해 첨단기술 개발과 제조업 굴기를 주도할 구체적 로드맵과 실행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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