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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수요와 공급 간 괴리…신설 AI수석실에 전달될까
10일 기업과 개발자를 연결해온 정보기술(IT) 아웃소싱 플랫폼 위시켓 분석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AI를 도입한 곳은 2.9%에 불과하다.
위시켓이 만난 AI 도입을 원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AI 기술의 복잡성과 빠른 속도로 인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며 쌓이는 데이터를 정제하고 AI 모델 학습에 활용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들은 또 높은 연봉을 주면서 AI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AI 설루션 도입 및 컨설팅 비용, 투자 대비 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AI 도입이 주저된다고 했다.
수요처인 중소기업들이 AI 도입에 어려움을 느끼고 주저하는 반면에 AI를 잘 다룰 수 있지만 조직에 속해있지 않은 프리랜서 개발자들은 점점 오르는 AI 도구 구독료를 따라가기 벅차다고 호소한다.
프리랜서 개발자인 최준호씨는 위시켓에 "AI 도구를 7개 정도 쓰는데 사무실 임대료보다 구독료가 더 비싼 상황"이라며 "거대 AI 기업들은 고가의 기업용 요금제를 내고 강력한 기능을 추가하는데, 개발자들에게 AI 도구가 또 다른 월세가 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I 개발자들이 주로 미국 빅테크가 공급하는 AI 모델을 구독 형식으로 빌려 써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 비용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 AI 수요처와 연결이 원활하다면 수입이 늘면서 비용 걱정이 줄어들 수 있다.
AI 수요처와 공급처가 잘 매칭되지 않은 데서 오는 각각의 어려움은 이재명 정부 AI 정책에 전달,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위시켓은 대선 전날인 지난 2일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장과 간담회를 열어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고 임 위원장은 AI로 추가된 지대 발생 등에 관한 문제의식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새 정부에서 신설 예정인 AI수석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 AI 업계 "버티컬 AI가 진짜 승부처"
AI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돕고 실력은 있되 자본과 조직력에서 열세인 프리랜서 AI 개발자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 생태계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한다.
막대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필요한 국산 AI 모델 개발에 올인하는 전략보다 이미 개발된 AI 모델을 산업 각 영역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여기서 나온 AI 활용 노하우를 해외에 수출하는 AI 강국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범국가적 '한국형 챗GPT' 개발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활용되고 수익화할 수 있는 실용적 AI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해외 AI 기업들도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투자사들의 관심도 버티컬 AI 분야로 쏠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버티컬 AI 분야에서 실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스타트업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총 16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한 BHSN은 법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법률 특화 LLM에 검색증강생성(RAG), 리걸 광학문자인식(OCR)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판례, 법령, 정책 등에 대한 지능형 조사 설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일본 법인을 거점으로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총 220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한 베슬AI는 폐쇄망 환경에서 높은 보안을 요구하는 금융 분야에서 보험 약관·계약서 등 복잡한 문서 처리 등을 돕는 AI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 플랫폼을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 SDS 등 대기업도 도입했다.
안재만 베슬AI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업계 흐름이 범용 LLM 경쟁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될 수 있는 버티컬 AI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도 완전히 선점하지 못한 각 산업의 고유한 수요와 특성을 깊이 이해한 전문화된 버티컬 AI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AI 정책 접근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AI 업계가 버티컬 AI로 방점을 옮겨 찍는 가운데 기술 주권 확보나 국산화에만 집중할 경우 자칫 국내 AI 생태계가 갈라파고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아울러 LLM 개발에 GPU 확보, 데이터 정제, 알고리즘 연구, 서비스 운영 등 복잡한 공정과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AI 정책에서 이들 분야에 대한 구체적 정책 방향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업계 불안을 키운다고 한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형이라는 외형보다 각 산업의 수요에 맞춘 실질적인 AI 활용 전략이 더욱 효과적인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AI 정책 방향과 산업계의 대응이 어떻게 조율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cs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