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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과 함께 사업하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사이가 멀어지자 외도를 의심한 끝에 만남을 피하는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까지 시도한 5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6월 18일 강릉시 한 호텔에서 40대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2019년부터 B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무리하게 대출과 투자를 받아 모텔을 인수해 운영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쳤고, 이로 인해 B씨가 연락을 피하자 A씨는 외도를 의심하며 두 사람 간 다툼이 잦아졌다.
계속해서 만남을 요구해온 A씨는 B씨가 운영에 관여하는 강릉시 한 호텔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서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은 투숙객 신고로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하지마비와 팔과 손의 근력 약화 등 심한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도 A씨는 법정에서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며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1심은 범행 장소 내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A씨가 다른 손님들이 지나가자 몸을 숨기고, 피해자가 접근하자 곧장 범행을 실행하는 점 등을 근거로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흉기를 가지고 갔을 뿐인데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서 이성을 잃고 찔렀다'는 주장했지만, 망설임 없이 피해자를 찌르고 피해자와 대화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CCTV 영상 내용과도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재판부는 흉기에 찔려 위급한 피해자를 위해 응급조치나 구조를 요청하지도 않은 채 A씨 스스로 자해한 사실도 피해자와의 관계와 갈등 상황을 비관하며 피해자와 함께 죽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봤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면서 피해자를 비난하며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형이 무겁다'는 A씨와 '가볍다'는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상 피고인이 당심에서 형사 공탁했다는 점만으로는 양형 조건에 본질적인 변화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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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