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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마지막은 그냥 버티는 거예요. 남은 한 바퀴는 페이스를 더 올려 뛸게요!"
인터벌 훈련을 시작한 지 20분,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이 눈에 띄게 지쳐가자 페이서(달리기 도우미)가 외쳤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는 30도 더위에 땀 흘리며 운동하는 직장인 약 60명이 있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청계광장(초보자), 반포한강공원(중급자), 여의도공원(상급자) 3개 권역에서 나눠 뛰는 '7979 서울시 러닝크루' 참가자들이다.
러닝을 처음 경험하거나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시민을 위해 시내 야간 명소를 함께 달리는 서울시 생활체육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체력과 수준을 사전에 파악하고 부상 없이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국가대표 출신이나 국내 주요 대회에서 입상한 코치들의 수준별 지도가 이뤄진다. 참가비는 무료다.
여의도공원 권역에 시작 10분 전 도착하니 이미 수십 명이 먼저 와 몸을 풀고 있었다. 퇴근 후 갈아입을 운동복과 운동화를 챙겨온 3050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스트레칭, 워밍업 조깅을 거쳐 60명이 5개 조로 나눠 400m 훈련을 시작했다.
여의도광장 중앙 공터에서 400m를 1㎞당 4분 30초 전후 빠르기로 뛰다가 60초 휴식하는 것을 10번 반복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할만하네'란 생각이 들었지만 점차 숨이 가빠왔다.
"원래 힘든 거다", "아직 낙오자가 없으니 다 같이 힘을 내 보자"는 독려 속에 결국 골인 지점에 닿았다.
30도 더위에 땀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이를 악문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렇게 힘든 훈련인데도 퇴근 후 운동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수요에 60명씩 세 개 권역, 총 180명이 뛰는 7979 러닝크루는 매번 '예약 마감'이다.
매달 말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4주 차 참가자를 주별로 신청받는데 이미 이달 초에 6월 치 참가 신청이 끝났다.
4월 10일 시작 이후 6월 말까지 12주 연속 마감 행진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4월 10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총 1천419명이 참가했다.
참가비는 무료며 사전 신청을 놓친 이들을 위해 현장 신청도 받는다.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윤선미(41) 씨는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반포로 가고, 괜찮다 싶을 때는 난도가 높은 여의도로 온다"면서 "월초면 마감되기 때문에 보통 공고를 보자마자 신청하고, 하지 못했을 때는 현장에 와서 신청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직장인 조모(53) 씨는 "함께 뛰면서 동기 부여도 되고, 체계적인 훈련도 받을 수 있어 매번 오고 있다"고 했다.
다만, 60명가량이 5개 조로 나눠 뛴다고 해도 한 번에 열 명 이상이 두 줄로 달리는 셈이라 종종 산책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5일 여의도공원에서는 한꺼번에 열 명 이상의 러너가 지나가자 주변을 걷던 한 시민이 큰 소리로 욕하기도 했다.
7979 러닝크루 관계자는 "산책하는 분이나 자전거, 유모차 등이 보이면 크루원들이 피해서 달리도록 페이서가 야광봉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닝 열풍에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 조성된 러닝 특화시설인 '러너스테이션'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물품보관소, 탈의실, 교육실이 있고 다양한 러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지난해 5월 개관 이후 그해 말까지 4만6천명이 이용했다.
지난 4월 재개관했으며 이달 초까지 두 달여 만에 5만3천명이 이용했다. 주말에는 하루에 3천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전년 대비 이용객이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러닝크루부터 관련 시설까지 이용객 수에서부터 전년 대비 많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건강한 일상을 누리기를 원하는 시민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js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