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국세 지방세 비율 재조정 등 '재정 분권 강화' 절실
자치 입법권·조직권 등 '지방 권한 확대'도 필수
[※ 편집자 주 = 올해는 1995년 부활한 민선 자치가 30년을 맞는 해입니다. 지방자치 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많은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현실로 인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공존합니다. 연합뉴스는 그간 민선 자치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지방자치 현장의 시도지사와 지방의회, 전문가 제언을 통해 향후 과제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세 편의 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선언적으로만 존재하는 '무늬만 자치', '3할 자치'라는 자조적인 말이 아직도 입에 오르내리는 현실에서 진정한 분권은 모든 지자체의 영원한 희망 사항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5대 초광역권 조성 등 다극 체제로 전환을 예고하면서 실질적인 분권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특히 분권의 요체는 '재정 분권'이라고 강조하며 중앙정부의 과감한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지방에서 걷는 세금의 일정 부분을 지방이 쓸 수 있도록 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중앙정부가 맞춤형 지원을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수도권 중심의 경제 집중과 세수 편중은 농산어촌 지역의 행정 기반을 약화하고 지역 소멸을 가속화 하는 요인이 된다"며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방소비세 전환 비율을 35%까지 과감히 높이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호정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현재 7대 3 수준의 국세, 지방세 비율을 최소 6대 4로 조정해야 한다"며 "지방 세목도 확대하고 국세 일부를 지방에 이양해 자주 세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은 "관광세 등 지역 특화 세원 확보가 시급하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세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제도와 같은 국가적 장치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주 전남 신안군의회 의장은 "교부세나 보조금을 더욱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방 간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재정 조정 제도를 정비하고 지방정부도 재정 운용 책임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또 중앙정부의 각종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는 것이 시대 정신에 부합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관영 지사는 "중앙이 더 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며 지난 30년간 지방정부는 충분히 성숙했고 스스로 지역을 책임지고 미래를 설계할 역량도 갖췄다"며 "지방을 믿고 권한을 넘기는 것이 진정한 자치이며 지속 가능한 분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호정 의장은 "입법, 재정, 조정의 3대 자치권을 모두 이양하고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수행할 수 없는 기능만을 처리하는 구도를 확립해야 한다"며 "국회 또한 지방사무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기창 시장은 "교육, 복지, 환경 등 분야는 지자체가 실행 주체이지만 재정상 주도권이 없어 독립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거나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지방 이양 로드맵 법제화, 지방재정 조정 제도 개선, 지방 입법권의 실질적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분권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수도권 중심의 행정 체제를 실효성 있게 개편해야 한다는 것도 지자체 구성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5극 3특' 체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서고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이제 필요한 건 실행"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메가시티 논의가 물리적 행정 체제 개편에만 머문다면 성공할 수 없다"며 "교육과 행정, 경제, 일자리 등 모든 것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융합과 통합의 행정 체제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시장은 "현재와 같이 중앙정부 권한이 중심이라면 행정 체제 개편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성급한 구조 개편보다 권한 이양 등 개편에 대한 철학과 계획, 실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 의장은 "국가균형발전 5극 3특 체제는 메가시티 구상 등과 연계해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하고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과 관련해서는 지자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가운데 지역이 주체가 된 해결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관영 지사는 "인구감소 문제는 지역마다 양상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중앙의 일률적인 대책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직접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창 시장은 "중앙정부의 재정·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지역 주도의 맞춤형 인구 정책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며 "인구정책은 중앙 일변도가 아니라 지역의 삶을 이해하는 지역 중심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상주 의장은 "출산 장려금 몇 푼 늘리는 식이 아니라 지역에 사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거·일자리·보육 인프라 확대, 지역 대학과 연계한 교육·고용 생태계 조성, 교통·의료·문화 인프라 확충 같은 것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로 이들은 자율권과 입법권 강화, 주민 참여 활성화 등을 핵심 사항으로 꼽았다.
김 지사는 "조직과 인사, 재정과 입법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넘겨야 한다"며 "중앙은 광역에, 광역은 기초에 실질적 권한을 이양해야 지역이 스스로 활로를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자율권 확대와 입법권 강화를 포함해 정책 실행 자율성 보장, 디지털 기반의 행정 혁신, 주민 참여제도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의 요구는 커지는데 관련 법과 제도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분권 개헌에 시간이 걸린다면 지방의회법 제정부터 우선 처리해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지방재정의 자율성 확대, 지방의회 입법권 강화, 이를 보장하는 행정 체계 정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근영 임채두 윤보람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