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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고등어 대가리로 만든 케이크!"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주인공은 국내 최장수 훔볼트 펭귄 네 마리.
생일파티를 진행하던 아쿠아리스트 우수지(35) 씨가 "2005년생이 계신다면 여기 녹흑·연적이보다 동생인 것"이라고 설명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훔볼트 펭귄은 따뜻한 남아메리카 지방에서 서식하는 키가 작은 펭귄으로, 현재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지정돼있다.
펭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열빙어. 펭귄들의 열빙어 '먹방'이 펼쳐지자 우씨는 "집 나간 '며느리 펭귄'도 돌아오게 한다는 말이 있다"며 웃었다.
우씨는 "야생 환경과 유사하도록 정기적으로 인천 바닷물을 구매해 교체할 뿐 아니라 칠레·페루의 일조량에 맞춰 조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아쿠아리움 한켠은 시민들이 남기고 간 축하 메시지로 가득했다. "펭귄 할머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고 장수하세요", "펭귄이 나보다 오래 살았네요. 그러니까 저보다 늦게 펭귄별로 가요"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펭귄들의 장수를 기원했다.
국내에서 열린 대표적인 이색 동물 생일파티는 지난해 7월 에버랜드가 진행한 루이바오·후이바오의 돌잔치가 있다. 이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판다 '푸바오'의 동생들이다.
당시 에버랜드 측은 루이·후이바오가 순탄한 '판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이 2m, 너비 1m 크기의 나무 자동차와 대나무, 워토우(곡물 빵), 당근 등으로 만든 지름 1m 대형 케이크를 선물했다.
돌잔치에 빠질 수 없는 돌잡이도 진행됐다. 대나무로 만든 붓(지혜), 판사봉(명예), 공(재능), 마이크(인기), 아령(건강) 등 5가지 아이템 중 루이바오는 아령을, 후이바오는 마이크를 잡았다.
스타 동물의 생일파티는 초청장을 받기 위한 팬들로 수천 명이 몰리기도 했다.
2023년 7월 열린 푸바오 생일파티에는 국내에서 태어난 1호 자이언트 판다의 인기를 증명하듯 초대장 80장을 두고 8천명가량의 지원자가 몰리며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푸바오의 생일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모집한 일일 알바 경쟁률은 4천500대 1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생일파티는 푸바오가 국내에서 보낸 마지막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에버랜드 측은 지난해 7월 중국으로 떠난 푸바오의 생일을 맞아 유튜브 공식 채널에 푸바오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해 '랜선 축하'를 전했다.
'판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는 해당 영상 댓글에 "할부지 다리를 붙잡고 매달려 더 놀아 달라고 떼를 쓰던 푸, 퇴근하기 싫다고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손사래를 치던 푸"라며 그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2023년 4월 서울대공원에서도 순수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세 마리 '해랑·파랑·사랑'이의 첫돌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시베리아 호랑이로, 2011년 한-러시아 정상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정부로부터 기증받은 호랑이들 아래에서 태어났다.
호랑이들의 생일파티에는 생소고기 케이크가 마련됐으며, 돌잡이상에는 실(장수)·붓(영리함)·리본(미모)·유튜브 골드버튼(인기) 등 4개의 아이템이 올라갔다.
대서양에 위치한 영국령 세인트헬레나 섬은 2022년 12월 190살이 된 거북이 '조너선'의 생일 축하 행사를 열었다.
멸종위기종인 세이셸 자이언트 거북이인 조너선은 1832년께 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너선은 가장 오래 산 거북류 동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당시 파티에는 영국 군주를 대신해 섬을 통치하는 지사와 주민들이 참석했으며, 조너선이 좋아하는 과일과 야채로 만들어진 특별한 '샐러드 케이크'가 마련됐다.
지난 4월에는 베를린 동물원에서 세계 최고령 고릴라 '파투'의 68살 생일파티가 열렸다. 야생에서 고릴라의 평균 수명은 35∼40살이다.
동물원 측은 파투를 위해 과일과 야채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선물했다. 이빨이 없는 만큼 사육사들은 파투가 먹기 쉽게끔 부드러운 음식을 준비하는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winkit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