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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중동의 작은 해협에서 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곳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잇는 좁은 수로다. 하루 평균 1천700만∼2천만 배럴의 원유와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가 오가는 에너지 수송로이다. 가장 좁은 곳은 33㎞에 불과하지만, 수심이 얕고 항로가 제한돼 대형 유조선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봉쇄할 수 있는 곳이다.
미국은 즉각 반응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의 해협 봉쇄 시도를 "자살 행위"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미국은 이란과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명백한 레드라인(한계선)이라고 강조했다. 핵시설 공격은 이를 실질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미 해군 제5함대가 바레인에 주둔하고 있는 만큼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해상 방어망도 강화됐다. 미국은 외교적 문을 닫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전략적 봉쇄와 군사 옵션을 병행하는 이중적 구조 속에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향후 시나리오는 세 갈래다. 이란 최고안보회의가 봉쇄 결정을 보류하고 정치적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 제한적·상징적 봉쇄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응을 떠보는 저강도 대응, 해상 통과를 차단해 군사 충돌의 도화선을 당기는 고강도 대응이다. 이란은 경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봉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고립이 장기화하면 예측 불가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해협은 단순한 수로가 아니다. 이란이 국제 사회를 상대로 협상력을 행사하는 전략적 카드이자 지정학적 '협상 테이블'로 작동하는 공간이다.
한국에 미칠 파장도 상상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와 가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유가 상승과 운송비 인상, 환율 불안 등 복합적인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벌써 6주 만에 상승 전환됐고, 기업의 수익성과 소비자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 해상 루트의 불안정성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든다면, 반도체·정유·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 주력 산업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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