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로봇공학자·연극기획자 꿈꾸는 아이들…"학교생활 즐거워요"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이 학교에 우리 아이 보내고 싶어요. 더 많은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어 마음에 듭니다."
지난달 31일 인천시 남동구 세계로국제중고등학교에서 2026학년도 예비 입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체험 캠프가 열렸다.
교사와 재학생들은 아침 일찍부터 각종 체험 부스를 꾸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손님맞이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12개국 학생들로 구성된 다문화 학교답게 교실 곳곳에는 세계 각국의 역사와 인물을 다양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중국의 전통 부채 만들기, 베트남 전통 떡 포장하기, 아랍어 인사말 익히기 등 문화 활동과 함께 외국어를 배우는 기회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을 둔 러시아 국적의 피터 뷰신(42)씨는 "현대적인 시설과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당일 204호 교실에서 열린 재활용품 자동차 만들기 체험에는 유난히 많은 학생이 관심을 보이며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러시아 국적의 서 다니엘(12) 군은 페트병이나 음료 캔을 활용한 자동차 조립 과정을 후배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서군은 2020년 가족들과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했고 지난해 세계로국제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순조롭게 한국 생활에 적응 중이다.
학급에서 반장을 맡을 정도로 친화력이 좋고 '갈릴레오'라는 교내 동아리도 만들어 활발하게 탐구 활동을 하고 있다.
서군은 "유선 청소기가 무선, 로봇 청소기로 발전한 것처럼 실생활에 큰 도움이나 영향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세계로국제중고등학교는 2013년부터 다문화 학생의 공교육 적응을 지원하던 '인천한누리학교'가 지난 3월 공립형 대안학교로 전환해 개교한 사례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의 다문화 학생 수는 2014년 3천666명에서 2024년 1만3천773명으로 늘어나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시교육청은 이주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자 세계로국제중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는 모든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공립형 대안학교로, 일반 공립학교처럼 학력이 인정되고 기본적인 학비가 지원된다.
기본 교육과정을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교육과 세계시민교육·국제교류·예체능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세계로국제중고등학교는 소규모 학급을 강점으로 내세워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발을 뗀 이 학교에서는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의 아픔을 간직한 고려인 후손부터 미얀마 난민 출신까지 12개국 학생들이 어우러져 저마다 꿈을 키우고 있다.
7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굴리자(12) 양은 "예비 소집 때 아는 친구가 1∼2명 밖에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개학 후 다들 활발한 성격이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택 과목을 통해 나한테 맞는 학습을 찾아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신체 기관의 구조와 기능을 배우는 수업을 들으며 의사를 꿈꾸게 됐다"고 했다.
신아리나(12)양은 러시아 사할린섬 출신의 할머니가 한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라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
신 양은 "여러 환경에서 자란 한국인·외국인·다문화 학생들을 만나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만족스럽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인이나 사할린 동포가 강제 이주를 당한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잘 드러나지 않은 한민족의 역사를 연극으로 기획해 널리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덕호 세계로국제중고등학교 교장은 23일 "우리 학교는 다중언어교육과 다양한 국제교류 활동을 토대로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배움터"라며 "학생들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아낌 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