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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고질적인 한국의 무역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공급망 쏠림 리스크로 인해 미래 유망산업 성장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일 이런 내용의 '2010년대 이후 무역구조 변화와 경제 안보에 대한 함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일본,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6개국 가운데 무역집중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제조업 전반에서 대중국 순수입이 증가하고 자동차·반도체 등 소수 품목 주도의 대미국 수출이 확대되면서 수출은 미국, 수입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했다.
이는 중국, 미국의 자국중심 정책과 통상분쟁 영향 탓이다.
중국은 2020년부터 쌍순환 전략으로 수입 중간재는 내재화하고 수출 점유율은 확대하려 했고, 2022년부터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양국 간 관세 부과가 한국의 대중 수출을 감소시키고 대미 수출을 증가시키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2022년 반도체 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하면서 국내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가 확대됐고 이에 반도체와 기계류 등 관련 품목의 대미 수출도 증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런 무역의존도 심화로 우리 산업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도 증가는 현재 주력산업은 물론 이차전지, 로보틱스, 재생에너지 등 미래 유망산업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위험이 있다고 봤다. 중국 수입품과 경쟁이 심화한 국내 제조업에서의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적 저하도 우려했다.
아울러 대미 수출 증가 소수 품목에 집중되면서 미국 관세정책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 연구위원은 2021년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CPTPP 가입 추진을 서두르는 등 무역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CPTPP는 미·중을 제외한 12개 회원국 간 높은 수준의 개방을 표방하고 있어 미중 무역의존도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관세 철폐를 넘어 디지털, 지식재산, 환경, 노동 등 무역 전반의 영역을 아우르는 '골드 스탠더드'급 협정으로 평가되고 있어 향후 한국의 무역정책 방향성을 설정하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 수준에서도 교역국, 품목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공급망안정화기금 등 수단의 효과성을 점검해 성과를 극대화해 나가야 하고, '생산의 국내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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