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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논리는 처음 나온 게 아니다. 미국인의 의식 구조 속엔 이런 생각이 깃들어 있다. 지난 1966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효용성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며 탈퇴를 추진했고, 프랑스에 주둔한 미군 철수도 요구했다. 미국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데이비드 딘 러스크는 드골을 만나 이런 취지로 물었다고 한다. '당신의 철군 명령에 제1차 대전과 제2차 대전 당시 프랑스 묘지에 묻힌 6만 명 넘는 미군의 시신도 포함되는 겁니까?' 러스크 자서전에 따르면 드골은 질문에 크게 당황해 답변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이 질문은 사실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리스크를 드골에게 보내며 직접 주문한 것이라고 한다. "딘, 그에게 그 묘지에 관해 물어보시오!"
2차 대전 전세를 바꾼 1944년 노르망디 작전은 미군 주도로 이뤄진 인류사 최대의 상륙 작전이었고, 미군을 위시한 연합군의 수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그 피의 대가로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는 해방됐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소련 주도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으로 양분된 냉전 질서에서 프랑스는 틈날 때마다 독자 노선을 보였다.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거부감을 보이며 나토 탈퇴 움직임 등을 통해 서방 진영 대오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래서 지금도 미국은 프랑스를 향해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레빗의 발언에는 이런 현대사 속 앙금이 깔린 셈이다.
lesli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