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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유 B형 간염 바이러스' 분리…노현모 교수 별세

기사입력 2025-07-14 10:09

[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84년 한국인 고유의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분자생물학적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해 국산 간염 백신 생산의 기반을 구축한 노현모(盧賢模) 서울대 명예교수가 13일 오전 6시4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8세.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성고,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분자유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0년간 세인트루이스대 분자바이러스 연구소와 미 국립암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1980년 귀국, 서울대에 부임했다.

1983년 유전공학육성법 제정을 계기로 국내 유전공학('생명공학') 연구가 본격화되기 전에 당시 전두환(1931∼2021) 대통령에게 '유전자재조합기술' 등 생명공학에 대해 브리핑한 것도 고인[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22765]이었다고 강현삼 서울대 명예교수가 2008년 인터넷 매체 '헬로디디' 좌담회에서 밝힌 적이 있다.

고인은 1982년 국내 처음으로 대장균을 이용한 유전자조작방법으로 페니실린G효소를 개발하고, 유전공학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제한효소 Pst1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며 유전공학 산업화의 길을 텄다.

1984년에는 '한국인 고유의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분자생물학적으로 분리하고 염기 서열을 밝혀 국내 간염 치료의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국내 제약업체들이 고인의 연구를 기반으로 간염 백신 개발·생산에 착수했다. 고인은 이 연구로 같은 해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1995년에는 인삼의 노화 방지 효능을 분자 수준에서 입증했고, 2002년에는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의 독성을 중화시킬 수 있는 '유해산소제거 효소'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혀내 학술원상을 받았다.

2002년 퇴직 후 인제대 인당분자생물학연구소장으로 활동했다. 한국미생물학회 회장, 대한바이러스학회 회장, 한국생화학회 회장, 파리파스텔연구소 SOD 학회조직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신고 유전학'(1988), '필수 바이러스학'(1992), 'Methods in Enzymology'(2002) 등이 있다.

1990년 중앙일보 기고문('자연과학연구 돈 더 들여야 한다')에서 "우리 실상은 미국에 비하면 그 근처에도 못 가는 어림없다"며 "우리의 현 여건에서 기초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박사 과정과 박사 후 연구생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연구 인력의 양성과 확보를 위해 정부가 예산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자연과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주장하는 등 기초과학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 박만훈(1957∼2021) SK바이오사이언스 부회장, 장승기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권용태 서울대 교수 겸 오토텍바이오 대표, 묵인희 서울대 교수 겸 국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 등 후학 양성에도 공을 들였다. 제자 권용태 교수는 "유전자를 공학적으로 조작해서 백신이나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에선 고인이 선구자셨다"며 "늘 학자로서의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진정한 스승이셨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이영주씨와 2남(노영희<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노영하)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15일 오전 10시, 장지 분당 봉안당 홈. ☎ 02-207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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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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