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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천 일대 투명 홍수 방어벽 철거 요청도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물난리가 나니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17일 만에 다시 극한 호우가 몰아친 4일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들은 연신 고개를 떨궜다.
복구 작업으로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던 마을은 단 하룻밤 사이 다시 흙탕물에 잠겼다.
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로 변했고, 곳곳에 화분이 나뒹굴었으며 배수로마다 쓰레기가 가득 쌓였다.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조규선(81) 씨는 밤새 잠 한숨 못 이루고 호스를 쥔 채 가게 내부에 맑은 물을 뿌리고 있었다.
지난 폭우 때 깨진 유리창은 여전히 날카롭게 드러나 있고, 제대로 치우지 못한 잔해들 사이로 또다시 물난리가 덮쳤다.
흙탕물에 엉망이 된 공구들을 몇 차례나 씻어내도 남아 있는 진한 흙냄새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조씨는 "청소해도 소용이 없다. 2주 만에 이렇게 비가 쏟아지니 또 언제 물이 들이닥칠지 모르겠고 장사도 해야 하는데 정말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안동 골목 안쪽에 사는 임모(60) 씨의 집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마당과 거실을 덮친 물 때문에 컵과 그릇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여름을 버티던 선풍기마저 부서져 있었다.
집 안 곳곳에 물기가 가득 차 손을 대기조차 쉽지 않았기에 임씨는 착잡한 듯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임씨는 "지난번에 비가 왔을 때 며칠 동안 고생하며 치웠는데 이번에 다 말짱 도루묵이 됐다"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답답하고 아직 비가 그치질 않아서 청소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17일 만에 다시 수해가 일어나자 서방천 일대 설치된 투명 홍수 방어벽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방천 범람을 막는 방어벽이 오히려 물길을 막아 마을 안쪽으로 물이 더 차오른다고 주장했다.
문종준(60) 씨는 "홍수 막겠다고 만든 방어벽 때문에 안에 물이 고이기만 하고 철거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해도 변한 게 없으니 피해를 두 번 세 번 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침수 피해가 반복된 신안동에서는 13명의 주민(10가구)이 가까운 용봉초등학교로 대피하기도 했다.
[https://youtu.be/r5uT4ieS1vc]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4일 오전 6시 기준 광주·전남 누적 강수량은 무안 운남 257.5㎜, 광주 197.5㎜, 담양 봉산 196㎜, 구례 성삼재 188.5㎜ 등을 기록했다.
이번 비는 오는 5일까지 광주·전남에 10∼60㎜, 많은 곳은 80㎜ 이상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사흘간 478㎜가 넘는 폭우가 광주에 쏟아졌다.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상습침수구역인 신안동 일대가 물에 잠겼고, 80대 주민이 빗물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9일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i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