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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최근 한미가 합의한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 조성 과정에서 채권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에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인 펀드 조성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 등이 보증과 대출을 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시장 관계자들은 펀드 조성 과정에서 나타날 물량 증가의 여파를 우려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펀드 조성이 진행되면 단순 보증이 아닌 출자를 통한 간헐적 투자펀드 조성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공적 금융을 담당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주체가 돼 펀드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결국 특수은행채(특은채) 발행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펀드로 인해 민간 기업들의 대출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프로젝트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민간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서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투자' 등의 명목으로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던 바이든 정부 시절 전례를 되짚으며 "정부가 신용 보강으로 위험을 분담해주겠지만 실제 투자 주체는 민간기업이고, 관련 재원을 조달해 집행하는 주체 역시 민간기업 위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경우 기업 대출이 증가하며 수출입은행채 발행 압력이 생길 수 있다.
5년간 3천500억 달러 한도로 투자가 진행된다면 대략 연간 700억 달러(약 97조원)의 보증 및 대출 제공 압력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승재 연구원은 "이는 올해 무역보험공사의 지원 총액 252조원의 약 38%에 해당해 절대적으로 부담이 있다"면서 "펀드 조성과 대출로 인한 자금 확충 수요에 수출입은행 중심의 특별은행채(특은채) 발행 압력이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책은행의 특은채 발행량이 늘어나더라도 현재 은행과 운용사 중심으로 수요가 적지 않아 시장에서 소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운용사들의 올해 1∼7월 특은채 누적 순매수 규모는 각각 35조8천억원, 19조1천억원으로 작년의 22조4천억원, 15조8천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이승재 연구원은 "두 업권을 중심으로 초우량 크레딧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해준다면 공급 부담은 일부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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