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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이 쏘아올린 '관세 폭탄'에 맞서 스위스 정치권이 미국제 F-35 전투기 구매 취소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2020년에는 기종을 특정하지 않은 채로 국민투표에서 가까스로 50.1% 찬성을 얻어 신형 전투기 도입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 후 스위스 정부는 4개 기종을 후보로 올리고 그 중 프랑스 다소의 라팔과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가 2021년에 후자로 기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는 60억 스위스프랑(10조 원)을 들여 36대의 F-35 전투기를 들여오기로 했다. 인도 예정 시점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다.
그러나 미국 측은 지난달 스위스 측에 비용이 추가로 약 10억 스위스프랑(1조7천억 원) 늘어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스위스 녹색당 소속 발타자르 글레틀리 의원은 폴리티코에 이메일로 "미국은 스위스 같은 구매국에 미군과 똑같은 조건으로 돈을 내면 된다는 조건만을 보장한다"며 "그러나 이 가격은 여전히 인상될 수 있다. 특히 미국으로 수입되는 부품들에 관세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녹색당은 올해 3월 글레틀리 의원 발의로 F-35 구매계획 취소안을 연방의회에 공식 제출했다.
이 취소안 발의자들은 미국이 안보 파트너로서 믿을 수 없게 되었다며 스위스가 유럽 파트너들과 함께 '주권에 입각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녹색당의 이 취소안을 부결해 달라는 공식 권고를 5월에 제시했으나 아직 의안은 계류중인 상태다.
녹색당은 이를 9월 9∼26일로 예정된 다음 회기에 논의될 의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스위스 대통령이 속한 자유당 소속의 한스-페터 포르트만 의원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F-35 제트 전투기가 다시 정치적 쟁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 (F-35 도입)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며 중단할지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해를 감수하고 계약을 해지할지, 혹은 우리가 이미 대금을 지불한 것만 인도를 받고 미국으로부터 오는 그 다음번 인도분은 중단시킬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켈러 주터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F-35 도입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스위스 사이의 '무역전쟁' 기싸움이 계속되고 이달 7일부터 미국이 스위스를 상대로 39%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게 폴리티코의 설명이다.
로잔대 정치학과의 오스카르 마촐레니 교수는 "나라(스위스)가 쇼크에 빠졌다"며 그간 스위스는 특권을 부여받은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으나 트럼프 관세의 영향으로 스위스 정치에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F-35 도입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향후 고려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것은 스위스만이 아니다.
스페인은 얼마 전 F-35 구매 계획을 보류하고 유럽제 '유로파이터'와 스페인 산업계가 참여하는 프랑스-독일 합작 프로젝트 '미래공중전투시스템'(FCAS) 중 하나를 선택하는 쪽으로 방침을 전환했다.
포르투갈 국방부는 F-35 구매를 건의했으나 올해 초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방침이 흔들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세 문제로 갈등을 겪은 후 F-35 구매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으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입장을 밝혀달라는 폴리티코의 요청에 "외국 군부에 대한 판매는 정부 대 정부 거래이며, 이 문제는 미국 혹은 스위스 정부가 다루는 것이 알맞다"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