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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페이스메이커론'이 등장해 단연 화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꼭 열어주시길 바란다"면서 트럼프를 피스메이커(peacemaker)로 규정하고 본인은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 이 대통령은 "저의 관여로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좋다"며 "우리는 분명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이 과정에서 회담에 배석한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페이스메이커론에 대한 국내외 평가도 "정말 영리한 문구"(미국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나 "이번 회담의 결정적 한마디"(국내 언론) 등 대체로 호의적이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게 칭찬이라고 했다. 더욱이 '세계 평화의 수호자'를 자처하길 좋아하는 트럼프에게 덕담은 효과가 더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정상회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하니 비공개된 회담에서도 상호호혜적인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가 주역이 돼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궁극적인 목표, 한반도의 평화에 도달하는 것이다. 굳이 피스메이커가 아니라도 좋다.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게 주고 우리는 실익을 챙기면 된다.
북한은 27일 이 대통령의 방미 기간 '비핵화' 발언을 겨냥해 "너무도 허망한 망상"이라고 비난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은 멀다. 페이스메이커로서 신발 끈을 동여매고 흔들림 없이 달려 나가야 한다.
bond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