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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으로 암 검진·재발 모니터링 기술 개발…암 변이 신호 정밀 포착

기사입력 2025-08-27 09:28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혈액 속 극소량의 암 변이 신호 (ctDNA)를 정밀하게 잡아내는 액체생검 원천기술 'MUTE-Seq'이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허준석 신경외과 교수/유전체 R&D센터장, 이성호 흉부외과 교수)과 ㈜진씨커(예성혁 대표)가 국내 최정상 의과학자들(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허준호 교수,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김진수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김명신, 김용구 교수,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의 연구 성과다.

액체생검이란 혈액 등 체액에서 암 관련 유전 정보를 분석하는 비침습적 검사다. 기존 방식은 극히 낮은 비율(초저빈도)의 변이를 찾기 위해 초고심도 시퀀싱·특수 바코딩(UMI) 등이 필요해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컸고, 정상 DNA 신호에 묻혀 극소량의 암 변이 ctDNA를 놓치거나 위양성 관리가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식'MUTE-Seq'은 전처리 과정에서 단일 염기의 불일치도 구별하는 높은 정밀도의 유전자가위 'FnCas9-AF2'를 처리하여 검사 전에 정상 DNA를 선별적으로 제거해 암 변이 신호인 ctDNA만 남겨 또렷하게 만든다. 이후 변이만 농축된 시료를 대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에 비해 초저빈도 암 변이 신호의 검출률이 훨씬 높고 정확하다.

정밀도와 더불어 검사 경제성 향상 또한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방식은 아주 작은 말소리(ctDNA)를 듣기 위해 고가의 고출력 스피커(고가의 시퀀싱 장비)로 볼륨을 최대로 올려서 듣는 방식인데(높은 시퀀싱 비용), 문제는 주변소음(정상DNA)의 크기 또한 같이 커지게 되어 여전히 말소리를 잘 구분 못하면서도 고비용이 든다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그에 반해 'MUTE-Seq'은 혁신적인 '노이즈 캔슬링' 방식이다. 초정밀 유전자가위가 주변소음(정상DNA)만을 정확하게 줄여주는 덕분에, 스피커의 성능과 상관 없이(모든 종류의 시퀀싱 장비 가능) 적은 출력으로도(낮은 시퀀싱 비용) 우리가 원하는 말소리(ctDNA)만 더 크고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즉, 불필요한 정상 DNA 신호를 미리 최대한 제거한 뒤 시퀀싱을 하게 되면 시퀀싱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암 변이 ctDNA의 신호는 수십배 증폭하는 효과가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기존 방식 대비 정밀도는 20배 향상하면서도 검사 비용은 1/10로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실제 환자 혈액에 적용해 성능을 확인했다. 암조직-혈액 돌연변이 일치도를 탐색했으며, 폐암 환자에서는 91%의 민감도와 95%의 특이도를 보였다. 췌장암 환자에서는 민감도 83%, 특이도는 100%를 보였다.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후 재발 모니터링 검사에서도 극소량의 암 변이 DNA의 검출이 가능했으며, 미세잔존암 여부를 100% 민감도와 100% 특이도로 진단하는데에 성공했다.

이번 결과는 주로 초기 암 (1,2기) 및 미세잔존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로, 혈액만으로 조기에 암을 진단하거나, CT 등 영상 장비보다 빠르게 재발을 확인할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외과/유전체 R&D센터 허준석 교수는 "암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치료 뒤 얼마나 촘촘히 살피느냐가 생존율을 좌우한다"며 "혈액 한 번으로 아주 적은 암 신호까지 읽어낼 수 있다면, 더 이르게 발견하고 치료 후 재발 징후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사 부담이 줄면 지역·고령·취약계층까지 문턱이 낮아져 의료 형평성에도 도움이 되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암학회인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2025년 4월 구연 발표에 이어, 재료과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에 채택 및 대표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되며 임상적/학술적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혈액 유전체 분석을 통한 암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기업 ㈜진씨커를 통해 상용화 단계까지 이끌었다. 백혈병 환자의 미세잔존암 모니터링은 서울성모병원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암 위험도 다중암 조기 검사(남성9종, 여성11종)인 암세포탐색검사(온코딥스캔)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대학병원과 병의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사가 가능하다.

허준석 교수는 "AI 가 어느 순간 우리 옆으로 성큼 다가왔듯이, 암 분야에서도 혈액생검이 그러하다. 이와 같은 기술적 혁신 덕분에 혈액생검이 암 조기검진과 재발 모니터링에 있어 그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장암, 폐암, 췌장암, 유방암, 위암, 난소암 등 고형암 환자의 미세잔존암 모니터링에 혈액생검을 도입하기 위해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등 유수의 병원들과 임상연구를 진행중에 있으며, 혁신의료기술 등의 제도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암으로 고통 받는 많은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자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고려대학교 의료원이 제시한 '미래의학 10대 선도기술' 가운데 암 정밀 진단·치료, 유전자가위, 체액생검의 세 분야와 직접 맞닿아 있다. 허준석 교수는 "앞으로도 미래의료의 실현을 앞당겨 인류에 도움과 희망이 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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