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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 처지에 놓인 이를 보면 가엽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가엽다]는 '마음이 아플 만큼 안되고 처연하다'입니다. [가엾다]도 같은 뜻의 복수 표준어입니다. 둘은 호환됩니다. 철자에 자신이 없을 땐 [가엽다]를 편애합니다. 슬기로운 전략입니다. 가엽다는 가여워, 가여운으로 활용하지만 가엾다는 가엾어, 가엾은으로 활용합니다. 이것도 구별할 줄 알아야 다 아는 겁니다.
또 다른 짝패 [성글다/성기다]는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는 '여기저기 떠서 빈 곳이 많다'입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성글게/성기게 됩니다. 촘촘하던 젊은 날을 그리워해 봐야 마음만 아픕니다. 그런가 보다 합니다. 둘째는 '(시간의 간격이) 빈 시간이 많다'입니다. 나는 방학이 되니 하루하루가 성글어서/성겨서 지루했다 하고 씁니다. 셋째는 '(인간관계가) 친하지 않고 서먹하다'입니다.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가 성그니/성기니 일하기가 불편하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복수 표준어 어휘 세계도 망망대해입니다. 짧은 항해였을 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1.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