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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소-/쇠-, 체/척, 가엽다/가엾다, 성글다/성기다

기사입력 2025-09-03 08:05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캡처


소고기냐, 쇠고기냐 하고 다툽니다. 허물없는 친구들이 옥신각신하는 꼴이 볼 만합니다. 그게 다툴 일인지. 모두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둘 다 맞습니다. 복수 표준어라는 어문 당국의 판단을 받아들인다면요. 소가죽이나 쇠가죽이나 소기름이나 쇠기름이나 소뼈나 쇠뼈나 그게 그거라고 정리합니다. 다만, 단독으로 소를 쇠라고 하면 곤란합니다.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뜻하는 체/척도 소-/쇠- 와 같습니다.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 적용되었습니다. 표준어 사정 원칙 제26항입니다. 본체만체하는 것은 본척만척하는 것입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를 하는 것은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누가 나를 보고서도 못 본 체를 한다면 다음에 나 역시 그를 보고서 못 본 척을 할 겁니다.

딱한 처지에 놓인 이를 보면 가엽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가엽다]는 '마음이 아플 만큼 안되고 처연하다'입니다. [가엾다]도 같은 뜻의 복수 표준어입니다. 둘은 호환됩니다. 철자에 자신이 없을 땐 [가엽다]를 편애합니다. 슬기로운 전략입니다. 가엽다는 가여워, 가여운으로 활용하지만 가엾다는 가엾어, 가엾은으로 활용합니다. 이것도 구별할 줄 알아야 다 아는 겁니다.

또 다른 짝패 [성글다/성기다]는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는 '여기저기 떠서 빈 곳이 많다'입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성글게/성기게 됩니다. 촘촘하던 젊은 날을 그리워해 봐야 마음만 아픕니다. 그런가 보다 합니다. 둘째는 '(시간의 간격이) 빈 시간이 많다'입니다. 나는 방학이 되니 하루하루가 성글어서/성겨서 지루했다 하고 씁니다. 셋째는 '(인간관계가) 친하지 않고 서먹하다'입니다.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가 성그니/성기니 일하기가 불편하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복수 표준어 어휘 세계도 망망대해입니다. 짧은 항해였을 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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