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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음악의 선율이 흐르는 전주 아중호수도서관

기사입력 2025-09-03 08:06

아중호수도서관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휴식하는 시민들 [사진/임헌정 기자]
산에 둘러싸인 아중호수도서관 외부 [사진/임헌정 기자]
아중호수도서관 내부 [사진/임헌정 기자]
창가 자리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시민들 [사진/임헌정 기자]
턴테이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청음 공간 [사진/임헌정 기자]
LP 고르는 곳 [사진/임헌정 기자]
도서관 내부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 [사진/임헌정 기자]
불 밝힌 아중호도서관과 데크길 [사진/임헌정 기자]
아중호수도서관 야경 [사진/임헌정 기자]
호수 바라보며 책 읽고 음악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

(전주=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이곳에선 대형 유리창 너머 호수의 윤슬을 바라보며 LP 음반을 들어볼 수 있다.

실내에선 스피커를 통해 음악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기둥과 천장의 목재는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책을 보기도, 그저 쉬어가기도 한다. 최근 문을 연 전주 아중호수도서관의 풍경이다.

◇ 목재를 사용한 호숫가 도서관

요즘 들어 형태와 역할이 한층 더 다양해진 도서관들이 늘고 있다.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외관을 설계한 곳도 있다. 음악과 미술 등 여러 분야와의 융합을 꾀하기도 한다.

다채로움 속에서도 도서관은 책을 통한 사유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피로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사색의 공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아중호수도서관은 지난 6월 말 아중호숫가에 문을 열었다.

건물 외관은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곡선 형태로 설계됐으며, 길이 101m의 단층 구조에 연면적 902㎡ 규모다.

음악 특화 도서관을 표방해 관련 도서는 물론 LP와 CD, 일반 도서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 내부로 갈수록 들리는 음악 소리

아중호수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했다. 도서관에는 별도의 주차장이 없으니 호수길 진입 전에 있는 공용주차장을 이용해 달라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주차장에선 호수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 걸까 생각하며 계단을 올라가니 바로 호수가 펼쳐져 있다.

녹음 진 산 때문인지 물도 푸르러 보였다. 인근 도로는 정비 중인 모습이었다.

아중호수는 처음에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였다.

급격한 도시 개발로 농업용수로서의 이용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휴식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수변 산책로가 먼 곳까지 길게 데크길로 이어져 있다.

몇분만 걸어가면 있는 오른쪽 건물이 도서관인 것 같았다. 더운 날씨에 빨리 시원한 곳에 들어가고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밝고 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책장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창 너머 호수가 보였다.

사람들의 조곤조곤한 말소리가 들렸다. 남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소란스럽지만 않다면, 대화도 어느 정도는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 슈베르트의 '보리수',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등이 피아노 연주로 들렸다.

아는 곡이 스피커를 통해 나오면 반가웠고, 모르는 곡이 들릴 때는 더욱 귀를 기울였다.

◇ 헤드폰을 낀 채 LP를 틀고…듣고 바라보다


이곳에는 별도의 '청음공간'이 있다. LP나 CD를 들으며 창밖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안내 직원이 별도로 있다.

총 6석이 있는데, 필자도 순서를 기다렸다가 LP석에 앉았다. 듣고 싶은 음반 2장을 고를 수 있다.

벽면에 클래식, 팝·알앤비, 힙합·일렉트로닉, 재즈·블루스, 록·메탈, OST 등으로 음반 분야가 나뉘어 있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든 것이 영화 '미나리' OST와 유명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이었다.

창가에는 기기 사용법을 적은 안내판이 비치돼 있고, 직원도 상세하게 가르쳐줬다.

헤드폰을 낀 채 턴테이블에 음반을 놓고 바늘을 올렸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음악을 듣는데, 고요함이 몰입도를 높였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호수로 향했다. 건너편 푸른 산의 윤곽과 파란 하늘, 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 데크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의 풍경을 이뤘다.

옆자리의 이용자는 리듬을 타는 듯 어깨를 살짝 흔들거리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셀카로 찍는 이도 보였다. 대기자를 위해 1인당 이용 시간은 30분으로 한정돼 있었다.

벽면에는 이 도서관의 정체성에 답하듯 왜 호수와 음악이냐는 질문에 대한 소박한 설명문이 걸렸다.

한국 전통음악이 그러하듯이 예술이 호수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으니 이곳에서 책과 음악을 통해 내면의 고요한 물결을 만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내부에는 이탈리아 카스틸리오니 형제가 디자인했다는 오디오 모델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안쪽에는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스피커 5개가 놓여 있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공간

아중호수도서관의 공간은 긴 곡선의 흐름에 따라 배치된 듯했다.

안쪽 데크길을 따라 걸어와 문을 열면 오른쪽 창가에 몇석의 열람석이 있다. 중앙 복도는 조금씩 비워뒀다.

왼쪽 벽면에는 문학 분야 도서가 책장에 꽂혀있다. 필자도 여러 권의 책을 펼쳐보다가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 두 권을 발견해 제목을 따로 적어뒀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모습은 다채로웠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은 넓은 계단형 공간 등에 작은 몸으로 엎드리거나 누운 자세로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어른들은 빈백 의자에 기대어 책장을 넘기거나 휴대전화에 집중하거나 호수의 풍경을 바라보기도 했다. 질서는 있되 자유로워 보였다. 계단 앞 공간에선 강연이나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도서관에는 음악 공연 영상을 98인치 TV와 스피커로 보고 들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다.

방음시설을 갖춰 소규모 인원이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 취재팀이 갔던 날은 오후 2시에 오페라 영상을 틀고 있었다.

음악 도서가 있는 코너에는 국악과 가요, 클래식 등 여러 책이 꽂혔다. 다른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철학과 사회, 자연, 역사 등 다양한 분야 책도 비치돼 있다. 소장 도서가 총 8천여권, LP와 CD가 7천100여점이다.

공간들은 뮤직(MUSIC)의 영문 앞 글자를 따 의미를 부여했다.

특별한 순간(Moment), 사람과 자연과 음악의 조화(Unison), 소리(Sound), 음악을 통한 영감(Inspiration), 교감(Communion)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취재팀과 만난 아중호수도서관의 박종운 주무관은 이곳은 "전주시의 공공도서관 중 한 곳으로, 주변 경치가 어우러져 독서도 하고 힐링하기 좋은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전주에선 아중호수도서관 외에도 다채로운 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 산책 나온 시민들과 야경

해가 지자 데크길을 따라 산책 나온 시민들이 많아졌다. 어둠 속에서 도서관의 불빛이 드러났고 데크길의 경관조명이 호수에 비쳤다.

도서관 내부에선 낮보다 이용자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찾는 이들이 있었다. 도서관의 기능과 위치 때문인지 이곳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이자 지나가는 길목이 된 것 같았다.

새삼스럽게 도서관이란 어떤 공간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다.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시대에 따라 진화하며 사람들을 기다린 문화공간이 아니었을까. 밤 8시쯤 도서관을 나오자 시원한 호수 바람이 간간이 불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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