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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모두 아는 대로 부채(負債)는 빚이다. 빚은 추후 상환할 것을 약속하고 타인의 금전을 빌린 것이니 약정한 시점이 되면 돌려줘야 하고 상환 전까지는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 상환의무가 없는 투자와는 개념부터 다르다.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 적정한 규모의 자금을 빌려와 꼭 필요한 일에 사용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뒤 갚으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때 문제가 된다. 나라건 개인이건 부채 규모가 커진 요즘과 같은 시대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미국뿐이 아니다. 작년 GDP 대비 정부 순부채비율은 일본이 134.6%, 이탈리아 125.1%, 프랑스 105.0%였고 미국(96.5%)과 영국(93.7%)도 역대 최고 수준에 육박했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해 세수는 줄고 자금조달 비용과 함께 글로벌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니 재정리스크나 부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재정을 동원키로 하면서 올해 적자성 채무가 작년보다 100조원 이상 늘어 900조원을 넘고 4년간 440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민간의 가계부채 급증이 뇌관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영끌'에다 최근엔 빚으로 투자하는 '빚투'까지 겹치면서 가계 빚은 역대 최대 행진(6월 말 가계신용 1천952조8천억원)을 이어가며 2천조원에 육박했다. 부진한 경기 속에서 소득도 부진한데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는 소비 여력이 없어 경기가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부채로 쌓아 올린 부동산 시장에선 대출한도와 금리가 최고의 관심사로 부상했으니 이제 해외와 국내, 정부와 가계 할 것 없이 모두 부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몇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생생하게 지켜봐 왔듯 부채는 적정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때 문제가 된다. 부채 확대는 시장 신뢰의 상실을 불러오고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이 되기 때문이다. 부채가 커진 상태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피해와 파급 효과가 커지면서 위기로 번질 위험이 있다. 돈을 풀어야 할 때 재정 여력이 없거나, 물가가 올랐어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등 위기 대응을 제약하는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잠재성장률 3% 달성과 인공지능(AI) 3대 강국이 공짜로 이뤄질 순 없으니 재정을 동원한 투자가 불가피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한시도 부채의 위험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