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에브리싱 랠리'에 번지는 'FOMO'

기사입력 2025-10-10 13:05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지난 9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용산 일대 아파트 모습. 이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152.0, 105.2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2017년 11월을 100으로 해서 산출한 것으로, 지난 7월 수도권 지수의 지방 대비 비율 1.4449는 지난 2008년 8월(1.4547) 이후 최고치였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가격 격차가 약 17년 만에 가장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5.10.9 hihong@yna.co.kr

'FOMO'(Fear Of Missing Out)는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아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로 하면 '소외 불안 증후군'이나 '고립 공포감'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금융시장이나 자산시장에선 남들이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데 자신만 소외되고 뒤지는 것처럼 느끼고 불안해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는 대부분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심리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우울감을 불러오며 이 때문에 뒤늦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현재 자산시장에선 금과 코인, 주식 등의 가격이 연일 급등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시장에서 금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천달러를 넘어섰고 국내 금 한 돈(3.75g) 가격도 80만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2만6천달러를 넘었다.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의 주식시장에서 주가도 강세 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니 주요 투자대상 자산의 가격이 대부분 오른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증시 고객예탁금과 신용공여 잔고는 나날이 늘어가고 홈쇼핑 채널에선 금괴와 금반지가 성황리에 판매된다.

외신의 분석을 보면 이런 현상은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한 투자전략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개시했고 연준 독립성도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자 달러 대신 앞으로 가치가 보존되거나 상승할 다른 투자 대상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탈(脫) 화폐거래'(Debasement trade)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의 원인 분석이나 전망은 불충분하다. 트럼프 관세전쟁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미국 경제 전망이나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의 급등은 설명이 되지만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의 상승은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이미 글로벌 주식시장에선 주가 상승을 주도한 테마였던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에 대한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국내에선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이 모든 자산 가격의 상승이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거품 확대를 불러오지 않을지가 걱정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산의 가격은 언제나 등락을 거듭하며 기반을 다져왔다. 실질적 내재 가치가 수반되지 않는 가격 상승이 허망한 결말을 불러온 사례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그동안 여러 요인으로 억눌려왔던 코스피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금이나 은, 코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팍팍한 서민의 살림살이가 개선된다면 그 또한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경기 불안을 원인으로 삼은 금값의 급등, 상장사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증시의 주가 상승, 천문학적인 규모의 주택담보대출로 쌓아 올린 서울 아파트값은 뜨거운 랠리 장세 속에서도 한 번쯤은 반드시 되짚어 생각해봐야 할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난항이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넘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데다 올해 성장률은 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우리 경제 여건은 아직 불안 요소가 많다. 이런 요인들이 언제 다시 고개를 들어 '에브리싱 랠리'의 발목을 잡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랠리가 한창 이어지는 국면 속에선 거품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꼭지가 언제인지도 알 수 없다. 모든 투자자가 '성투(성공한 투자)'를 꿈꾸지만, 나만 뒤처질 순 없다는 불안에서 시작된 투자가 '성투'가 되긴 쉽지 않다. 그리고 그 투자의 결과는 오롯이 자기의 책임이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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