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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금 관련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5천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골드바 판매액은 이미 작년 연간의 2.7배를 넘겼다.
투자전문가들은 금값이 장기적으로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최근 워낙 가파르게 뛴 만큼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골드뱅킹 잔액 사상 첫 1.5조원…올해 골드바 판매액 작년 연간의 2.7배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9일 기준(우리은행은 2일) 골드뱅킹 잔액은 1조5천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연휴였는데도 지난 9월 말(1조4천171억원)과 비교해 959억원 증가했다.
올해 7천308억원 늘면서 작년 말(7천822억원)의 약 2배 수준이 됐다.
골드뱅킹은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올해 초 급증해 3월에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고, 한동안 횡보하다가 9월 들어 다시 크게 늘면서 1조4천억원을 넘었다.
골드바 판매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1∼2일 134억8천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일평균(영업일 기준) 판매액은 약 67억원으로, 지난달의 51억원보다도 많다.
올해 골드바 판매액은 약 4천505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1천654억원)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5월 100억원대를 넘어선 뒤 100억∼200억대를 기록하다가 올해 2월 882억9천300만원으로 뛰었다.
수급 문제로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3월 이후로는 월 200억∼300억원대에서 움직이다가 9월 1천115억8천900만원으로 폭증했다.
│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골드바 판매액 추이(단위 : 억원) │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자료 취합. │
│※ 골드뱅킹·실버뱅킹은 10월 9일 기준(우리은행은 2일), 골드바·실버바는 10│
│ 월 2일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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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뱅킹│ 골드바│ 실버뱅킹│ 실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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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월│ 8,353│ 270.31│ 477│ 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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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2월│ 9,165│ 882.93│ 509│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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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3월│ 10,265│ 386.40│ 5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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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4월│ 11,025│ 348.68│ 604│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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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5월│ 10,617│ 369.75│ 582│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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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6월│ 10,512│ 229.25│ 626│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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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7월│ 10,803│ 393.42│ 691│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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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8월│ 11,393│ 373.75│ 75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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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9월│ 14,171│ 1,115.89│ 1,052│ 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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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0월│ 15,130│ 134.87│ 1,16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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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금리 인하·불확실성 고조·중앙은행 금 매수세에…금값 또 사상 최고
최근 금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재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각국 중앙은행 금 매수세 등이 맞물리면서 급등했다. 그러자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이 나타나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주 현물 기준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넘었다.
국내에선 금값이 국제 금 시세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거래소가 투자 주의를 당부할 정도다.
국내에선 KRX 금시장에서 지난 10일 1㎏짜리 금 현물이 1g당 19만9천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보다 56.2% 뛴 수준이다. 지난 1일에는 20만3천원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 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전 세계 관세 문제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수단으로 금과 은을 선택하고 있다"며 "특히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심리도 강하다"고 밝혔다.
이어 "탈달러화 움직임과 맞물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를 위해 금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고, 이는 금 시장에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섭 KB GOLD&WISE the FIRST 도곡센터 본부장도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하반기 유동성 확대로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분쟁과 자산시장 버블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김현섭 본부장은 "굴곡이 있겠지만, 긴 호흡에서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도 "금은 하방 지지선을 견고하게 다져가면서 추세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전체 자산의 5∼10%를 금에 배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가격에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 단기 조정 시 적립식 분할매수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 올해 실버바 판매액 105억원 '작년의 13배'…은 통장 잔액도 1천억원 돌파
금 인기에 덩달아 은 관련 상품 판매액도 급증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의 실버바 판매액은 지난달 42억7천만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40억원대를 넘겼다.
이달에도 1∼2일 이틀 만에 20억2천200만원어치가 팔리는 등 열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전체(8억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누적 실버바 판매액은 104억5천900만원으로, 작년 연간의 13배가 넘는다.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실버뱅킹 상품을 판매하는 신한은행의 '실버리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1천1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잔액 1천52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 1천억원을 넘긴 데 이어 이달에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국제 은 가격은 지난주 현물 기준으로 온스당 50달러선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까지 뛰었다.
김정은 WM전문위원은 "금 가격이 오를 때 귀금속 원자재인 은 수요도 늘어난다"면서 "다만 은은 산업 수요 비중이 높아 경기를 많이 타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금보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김도아 PB지점장도 "은은 귀금속이면서 첨단산업용 소재"라며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은의 산업적 가치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은 현재 역사적인 금-은 비율로 볼 때 여전히 저평가돼있다는 분석이 많지만, 산업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경기 둔화 시 조정 폭이 금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s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