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가능성에 부자들 움직이나…집합건물 증여 3년 만에 최대(종합)

기사입력 2025-10-14 10:34

서울의 아파트와 빌라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9월 증여건수 2022년 이후 가장 많아…서울이 20% 가까이 늘어

당국자들 잇달아 증세 언급·규제지역 확대 임박…강남3구 위주 증여 급증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3분기까지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증여 건수가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지역 확대와 보유세·양도소득세 등 증세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전에 자녀 등에 물려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전국의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총 2만6천428건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간의 2만5천391건 대비 1천37건(4.1%) 늘어난 것이며, 3만4천829건을 기록한 2022년 이후 동기 기준으로 3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특히 올해 서울의 증여 건수가 5천877건으로, 작년 동기(4천912건)보다 965건(19.6%)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늘어난 1천37건의 93%가량이 서울에서 증가한 것이다.

주택 등 집합건물 증여는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2020∼2022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2023년 들어 수요가 감소했다.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이 종전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서 시가 인정액(매매사례가액·감정평가액·경매 및 공매 금액)으로 바뀌면서 세부담이 커지자 증여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진하던 일반 거래 시장이 2023년부터 살아나고 윤석열 정부에서 보유세 부담을 낮춰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증여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서울의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위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서울 구별로 보면 올해 1∼9월 강남구의 증여 건수가 5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구가 396건, 송파구 395건, 서초구 378건을 기록하는 등 강남3구 위주로 증여 거래가 많았다.

이들 지역 외에 강서구 297건, 영등포구·은평구 각 274건, 마포구 265건 등의 순으로 증여가 이뤄졌다.

시장에선 증여취득세 부담이 큰 데도 증여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정부 당국자들이 보유세 등 증세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6·27 대출규제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8월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주거 복지를 위한 일이라면 그 수단이 제약돼선 안 된다"면서 정부가 세금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를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은 신중히 추진하겠다"면서 "무슨 정책은 100% 하지 않는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부동산 상황이나 응능부담(能力負擔·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는 과세) 원칙 등을 보며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응능부담은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해 세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29일에는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견을 전제로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보유세 인상을 결정할 정책라인들이 일제히 증세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통령 공약을 자연스럽게 뒤집기 위한 '군불때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구윤철 부총리는 13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번주에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에 "부동산 세제의 방향성도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증세가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세금에 민감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집을 팔아야 하는지, 증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담이 늘고 있다"며 "가격이 높은 아파트는 증여취득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아파트 증여도 많이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주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가 유력한 가운데 조정대상지역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세·취득세·종합부동세 등 세부담이 커진다. 규제지역 지정 만으로도 사실상 증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서울 아파트는 올해 매매가격이 많이 올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건드리지 않더라도 시세 상승분만큼 공시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른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현재 69%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로 상향하거나 현재 종부세 기준 60%, 재산세 기준 43∼45%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각각 80%, 60%로 높일 경우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늘어나는 단지가 속출할 전망이다.

오른 공시가격은 내년 1월1일자로 산정되며,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에 따른 보유세 반영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 납세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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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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