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체급키운 中…"미중회담서 '경제 초강대국' 자신감 과시"

기사입력 2025-10-31 13:46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희토류·대두' 카드로 관세인하 등 성과…트럼프 1기보다 강해진 면모

'中발전과 MAGA 부합'·'미중관계는 거대한 배' 등 수사로도 美와 동등 강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경제 초강대국'으로서 자신감과 힘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30일 부산에서 6년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무역전쟁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합성마약 펜타닐 원료 유입을 문제 삼아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낮췄으며, 중국은 12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1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하기로 하는 등 한발씩 양보하며 양국의 무역 긴장이 누그러지게 됐다.

서방 외신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때보다 '더 강력해진 면모'를 각인시켰다고 평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무역전쟁 선포로 허를 찔려 끌려가던 트럼프 집권 1기 때와는 달리 트럼프 2기 무역전쟁에서는 희토류와 농산물 등 준비된 대응 카드로 맞서며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냈고, 그 정점인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크게 고통스러운 양보 없이 관세 인하와 수출통제 완화 등 실질적 성과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31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트럼프의 첫 임기 이후 중국이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를 분명히 했다. 광범위한 싸움에서 중국은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약 47%로 낮아졌는데 이는 중국이 역내 라이벌과 경쟁할만한 수준이며, 미국이 수출통제 명단(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의 자회사로 규제를 확대하는 조치를 중단하기로 한 것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일부 양보를 했지만 분명한 역학관계는 중국의 위협이 미국을 움직여 일련의 제한 조치를 철회하게 했다는 것"이라며 "시 주석은 중국의 경제시스템과 글로벌 리더십 확대 노력 측면에서 더 안전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한 이후 중국이 보복관세와 희토류 수출통제 등 일련의 대응카드로 "최소한 세 차례 이상 미국의 징벌적 조치 실행을 막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 동등한 국가(peer)로서 중국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짚었다.

FT는 특히 시 주석의 달라진 수사도 이러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목표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미중관계를 '거대한 배의 항해'에 비유하며 유대감과 동등함을 강조했다.

신문은 "이런 디테일 뒤에는 두 사람 사이 힘의 균형 변화가 분명히 명백했다. 거의 10년 전 트럼프의 첫번째 무역 공세가 중국을 놀라게 했으나 이번에는 더 잘 준비되고 경제적으로 더 강력해진 중국이 한때 자신보다 훨씬 강했던 적과 맞서 싸울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사실상 중국의 승리로 보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휴전 기간은 1년뿐이지만 중국에 유리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미래 기술과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을 더 발전시킬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라며 "시 주석은 진지전을 트럼프는 기동전을 대표하는데 현재로서는 진지전을 벌이는 쪽이 승리하고 있거나 적어도 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이사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단기적으로 대두를 팔기 위해 칩을 양보한 것으로 보이며, 그 방정식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즉각적인 것 외에 모든 것에 조급해하며, 장기적 이점을 노리는 건 중국"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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