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거에 딥페이크 '창궐'…경쟁후보 사퇴 가짜영상까지

기사입력 2025-10-31 15:41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네덜란드 총선·아일랜드 대선서 논란 한복판에

EU, AI의 기본권 보호 지침에 '선거조항' 포함키로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최근 유럽 국가들의 주요 선거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딥페이크 콘텐츠가 잇따라 논란을 촉발하면서 관련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27일 극우 자유당(PVV)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녹색·노동 좌파 연합의 대표인 프란스 티머만스에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PVV 소속 의원 2명이 30일 총선을 앞두고 티머만스를 겨냥한 딥페이크 이미지를 유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 사실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었다.

문제가 된 이미지 중에는 티머만스가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이나 그가 돈더미 위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24일 치러진 아일랜드 대선 전에는 유력 후보인 캐서린 코널리가 중도하차를 선언하는 가짜 영상이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이 영상에서 조작된 이미지의 코널리는 "유감스럽게도 후보 사퇴와 선거운동 종료를 발표한다"고 말한다.

이에 코널리는 "유권자를 오도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부끄러운 시도"라며 해당 영상 유포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 같은 홍역 뒤 치러진 대선에서는 코널리가 승리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 클라스 더 브레제는 이번 논란은 유럽에서 딥페이크 기술이 선거 운동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허위·조작 콘텐츠가 선거에 영향을 줄 위험과 관련해 플랫폼에 일부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로 허위정보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으로, 정당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대한 규제 노력은 아니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기본권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지침을 마련, 이르면 내년 8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토마스 레이에 집행위 대변인은 "이 지침에는 선거 결과나 국민투표에 영향을 미치려는 AI 시스템에 관한 조항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hrse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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