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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한 부대에 근무했던 A(23)씨는 2023년 1월 초 생활관에서 또래 후임병 B씨의 평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명 '버피 테스트'를 100회 하라고 지시했다.
버피 테스트는 팔굽혀펴기한 뒤 일어나면서 점프하는 행위로, B씨는 약 40회 반복했다.
A씨는 머리를 감고 있는 B씨에게 샤워기를 냉수로 바꿨다. B씨가 냉수를 피하자 "들어가 있어"라고 말했고, B씨는 약 10초 동안 냉수를 맞았다.
이어진 취침 시간에서는 손전등을 B씨 얼굴에 가까이 비추면서 "여기 봐라, 눈 크게 떠라"며 약 10초 동안 손전등 불빛을 바라보게 했다.
이튿날 오후에는 다음 날 새벽 불침번 근무가 A씨로 바뀌었음에도 B씨가 이를 전달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바뀐 것도 모르고 자다가 근무했으면 어쩔뻔 했냐"며 욕설했다.
"죄송하다"는 B씨에게 "내가 원하는 답이 생각날 때까지 팔굽혀펴기하라"며 팔굽혀펴기 약 40회를 시켰다.
결국 피해자 B씨의 고소로 A씨는 위력행사 가혹행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가 평소에도 지시사항을 제대로 전파하지 않거나 임무 수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특히 불침번 근무 변경 사항을 전파하지 않은 잘못에 대해 분대장인 A씨로서는 부대원인 B씨에게 얼차려를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지시한 버피 테스트와 팔굽혀펴기는 훈계의 목적으로 이뤄졌고, 아무런 이유 없이 얼차려를 부여했다고 보이지 않으며, B씨의 체력 수준 등에 비추어 A씨가 지시한 얼차려 횟수가 가혹할 정도로 많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봤다.
샤워 중 냉수를 맞게 한 행위나 손전등을 비춘 행위 역시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은 B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 병사들이 '장난으로 받아들였다'라는 진술을 근거로 "B씨의 감수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다른 사람들은 장난으로 여기는 행위에 관해 B씨에 대해서만 가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판시했다.
이에 A씨가 B씨의 카드로 국방마트(PX)에서 식료품을 산 혐의(사기 등)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 1심의 무죄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맞선임인 A씨가 평소에도 여러 차례 B씨 행동을 지적하거나 질책하면서 팔굽혀펴기 등을 시킨 사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이라는 군의 특수성까지 더하면 B씨로서는 버피 테스트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실제로 B씨는 별다른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못한 채 버피 테스트를 했고, A씨는 후임병들에게 이를 감시하도록 하거나 버피 테스트를 중단한 B씨에게 "나한테 개기냐" 등의 폭언한 사정도 B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의 행사라고 인정했다.
B씨가 수사기관에서 "잘못도 없는데 이런 지시를 받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고, 체력적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계속 질책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특히 동기들 앞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한 진술 역시 유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샤워장에서 물을 뿌리며 관등성명을 반복게 하고 냉수를 맞게 한 행위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찬물을 끼얹어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의 인격권을 무시하고 모욕감 등을 주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손전등 불빛은 비춘 행위 역시 당시 병사들 사이에 유행했던 '토크 연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또 군기 훈련의 집행을 위해서는 소대장 등 지휘관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승인권자가 군기 훈련이 필요한 사안인지를 판단해 집행 시기·장소·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주어야 하므로 A씨가 분대장이라는 사정만으로 팔굽혀펴기를 지시한 행위가 정당한 군기 훈련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임병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며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그런데도 현재까지 용서받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현재 23세의 청년으로서 장래 개선 가능성과 사회생활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점과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conanys@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