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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형석 씨는 최근 건국대에서 'AI와 K-팝'이란 주제의 특강에서 현 대중음악계 흐름을 '전문가 시대의 종말'로 규정했다. AI 기술 발전으로 기능적 장벽이 무너졌고, 연마의 시간을 건너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디어에서 연마를 거쳐 결과에 이르는 일련의 제작 과정이 AI로 단축되면서 인간의 창작 방식도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AI와 구별되는 인간 창작자의 자리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그는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오는 서사, 감성의 깊이, 인문학적·철학적 성찰을 꼽았다.
이 같은 언급은 AI-팝 확산의 역설을 설명해준다. 팬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K-팝이 구축한 아티스트와 팬의 수평적 관계, 커뮤니티의 힘은 감상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중요한 건 '누구'가 아니라 '무엇을 공감하느냐'에 있다. 비렐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다시 영상을 틀었다. 브레이킹 러스트의 합성된 음색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주저하지 않았다. 음악은 원래 감성의 교환물이다. 지금은 데이터가 감성을 만들고, 감성이 다시 데이터를 낳는 순환 구조 속에서 대중음악의 자리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