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폭격에 씨 마른 TNT…나토, 우크라 지원 '발목'

기사입력 2025-11-19 11:57

[위키미디어 캡처]
TNT 부족 사태에 미국·영국·유럽 등 생산시설 투자 나서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이스라엘의 대규모 가자지구 폭격 탓에 전 세계적으로 폭발물 원료인 TNT 부족 현상이 벌어지면서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폴란드의 방산공장 니트로켐의 TNT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트로켐은 미국이 수입하는 TNT의 9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미국 국방부와 2027∼2029년간 3억1천만 달러(약 4천500억원) 규모의 TNT 1만8천톤(t)을 공급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에 공급된 TNT가 대거 가자지구 공격에 동원되면서 글로벌 수요량이 니트로켐의 생산 능력을 넘어섰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니트로켐은 연간 생산량을 공개하지 않지만 생산 규모는 연 1만t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진영의 인권단체는 니트로켐이 TNT 등 폭발물을 이스라엘에도 직접 공급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폴란드산 TNT 없이는 가자지구에서 수만명의 팔레스타인의 목숨을 앗아간 대대적 공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의 폭탄 제조에 사용되는 TNT 공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글로벌 TNT 부족 사태는 유럽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능력도 약화시킨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포탄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은 최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여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겹악재가 될 수 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8월 세계 각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액은 월평균 22억6천만유로(3조7천억원)로 상반기 월평균 39억4천만유로(6조5천억원)보다 42.5%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정부 예산을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데 이어 전쟁 장기화로 유럽의 지원 여력도 떨어진 탓이다.

미국·영국·유럽 등은 TNT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생산 시설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터키 방산업체 렙콘에 4억3천500만 달러(약 6천370억원)를 투자해 켄터키주에 TNT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2028년 완공될 이 공장은 1986년 이후 미국에 처음 건설되는 TNT 생산시설이다.

영국은 지난 6월 15억 파운드(약 2조8천억원) 규모의 군수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스웨덴 방산기업 스베발도 유럽의 TNT 생산능력을 75% 높이는 것을 목표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영국은 과거 TNT를 자체 생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유독 폐기물 탓에 미국은 1980년대, 영국은 2008년 생산시설을 폐쇄했다.

rock@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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