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070' 등 해외 발신 번호를 '010'으로 변작해주는 불법 중계기 1천600여대를 운용한 범죄 조직원들이 무더기 검거됐다.
이들은 해외 총책으로부터 월 400만∼600만원을 받고 부부·연인·친구까지 범행에 가담시켰는데, 불법 중계기를 이용한 범죄 피해 총액이 35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단속 과정에서 불법 중계기로 사용된 휴대전화 단말기 1천637개와 대포 유심 4천299개 등의 통신장비(경찰 추산 26억원 상당)를 압수했다.
중간관리자 A씨 등은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 B씨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 27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11개 광역지자체에서 불법 중계소 51곳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경우 20여명의 조직원을 관리하며 중계기 설치 및 운용 방식을 비대면으로 교육했고, 각 조직원은 원룸 등 중계소로 운영할 장소를 각자 마련해 인당 30∼40개의 중계기를 건네받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중간 관리자 1명이 20여명의 조직원을 관리하며 중계기 설치 및 운용 방식을 교육해주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각 조직원은 원룸 등 중계소로 운영할 장소를 각자 마련해 인당 30∼40개의 중계기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필요한 휴대전화 단말기와 유심 등은 모두 총책 B씨를 통해 던지기 수법으로 조직원들에게 공급됐다. 범행에 한 번 사용돼 접속 차단된 유심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기 위해 여러 차례 물건을 공급받은 조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에 의해 변작돼 송출된 010 번호로 전화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총 768명에 달했다. 1인당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다 27억원까지 총 354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투자리딩사기가 638명으로 가장 많았고, 노쇼 사기 76명, 물품 사기 36명, 보이스피싱 12명, 로맨스 스캠 6명 등이었다.
조직원들은 고액 알바 홍보 글 등을 통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중계기를 설치해두는 것만으로 월 400만∼600만원의 고수익을 낸다는 것에 현혹된 이들이 많았다.
검거된 63명 중 가족 관계에 있는 사람만 부부 3쌍과 처남·매부, 형수·시동생 등 모두 10명이었다.
나머지 53명 중에서도 친구와 연인 등 지인 관계에 있는 사람이 많았고,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이들 중 일부는 중계기가 피싱 범죄에 사용되는지 모른 채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중계기로 수신되는 피싱 관련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이들이 범행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사기 방조 혐의도 함께 적용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7월 초 마약 투약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불법 중계기를 발견한 뒤 수사에 착수해 이들이 던지기 수법으로 장비를 전달하는 것을 확인하고 CCTV 1천여개소, 계좌 60여 개 등을 분석해 중계소 51곳을 모두 단속했다.
이어 단속 중에도 진행되던 피싱 범행의 피해자들에게 사기임을 개별 고지하고 범행에 이용된 전화번호 1천213개를 통신사에 정지 요청했다.
또 통신 분석을 통해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 B씨와 관리책을 특정해 국제공조를 통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검거된 총책 B씨와 검거된 피의자는 모두 한국인들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불법 중계소를 운영하는 행위는 구속 수사로 이어지는 중대 범죄이므로, 고액 보수에 현혹돼 가담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stop@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