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암소는 샀는데 송아지는 없다…이런 개미지옥 언제까지

기사입력 2026-01-23 08:02

(뉴욕=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개장을 알리는 버튼을 누른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준 대변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 대통령,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용범 정책실장, 린 마틴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 2025.9.25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19.54를 기록한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 지수 5,000선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2026.1.22 yatoya@yna.co.kr
LS도 물적분할 추진, 소액주주들 상장 저지 투쟁

SK LG 카카오…재벌은 지배력 강화, 개미는 '존버'

미국은 시장신뢰 중시, 분사 땐 주주가치 보전 최선

李 "개미 이익 침해 땐 패가망신"…말 대신 행동을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잘나가던 대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쪼갠다. 겉으로는 '사업 전문화'와 '핵심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지배력 강화와 승계 구도 설계 차원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의 개인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은 알짜 사업부를 통째로 내어준 대가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채 강제 '존버' 모드에 들어간다. 반면 오너 일가는 적은 지분만으로도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다진다.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신설 회사는 상장을 통해 다시 개인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몸집을 키운다. 성장의 과실은 분할된 자회사에 집중되고, 기업 집단 전체의 가치는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에 맞춰 재편된다. 기업 실적이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너의 결정에 따라 주주 가치가 언제든 훼손될 수 있다는 불신, 이 지배구조 리스크가 한국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식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가 동시 상장되는 패턴을 찾아보기 어렵다.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원칙과 소송 리스크 때문이다. 알짜 사업을 떼어내 상장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자회사의 성과를 모회사 주가에 반영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와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기업 경영 측면에서 더 이득이라고 여긴다.

미국 기업도 전문화를 위해 회사를 나누기는 하지만, 이때는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설 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독점하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율대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2015년 이베이(eBay)에서 페이팔(PayPal)이 분리될 때도, 이베이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페이팔 주식 1주를 배정받아 자산 가치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다.

최근 LS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을 추진하자, 소액주주들이 상장 저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러한 갈등은 비단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SK, 카카오, LG 역시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으로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언제나 그렇듯, 물적분할의 피해는 개미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많은 개미들이 예측 가능하고 주주 권리가 존중되는 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기 내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약하며 "암소인 줄 알고 샀는데 송아지는 남의 것이 되는 물적분할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벌이 물적분할을 통해 소액주주의 의결권과 이익을 침해할 경우 "엄정하게 처벌해 패가망신에 이르게 하겠다"며 강도 높은 경고를 날렸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국내 증시는 투자 심리가 개선되며 급격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마침내 코스피 5,000포인트라는 꿈의 고지에 도달했다.

이제는 지수 상승을 넘어 실효성 있는 조치로 개미들의 오랜 요구에 응답할 차례다. 오너 일가의 사익을 위해 지배구조를 왜곡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며 국내 증시를 등졌던 서학개미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jahn@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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