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여행을 위해 출국 전 철저한 감염병 예방 준비가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회장 최용재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는 해외여행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맞아 보호자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정리해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하절기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집단발생은 2025년 625건·1만 3935명(잠정)으로 2021~2024년 평균(525건)보다 19.1% 많았고, 2025년 해외유입 감염병 633명 중 81.4%가 아시아 지역에서 유입됐다. 한국인 가족의 여름 휴가지가 집중되는 곳이다.
협회는 "시중의 여행 감염병 정보는 대부분 성인 기준"이라며 "아이는 탈수 속도, 쓸 수 있는 약, 예방접종 일정이 모두 다르다"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 정보 상당수가 미국 기준을 옮긴 것이어서 국내 허가사항과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모기기피제 농도, 지사제 사용 연령, 말라리아 예방약 체중 기준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출국 전
-지금 예방접종을 해도 늦지 않나?
접종마다 다르다. 지금 해도 되는 것과 이번 여행에는 이미 늦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홍역(MMR)은 출국 4~6주 전 완료가 권고되지만 미접종이라면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낫다.
A형간염은 생후 12개월 이상 미접종자에게 권고된다. 장티푸스는 주사용이 만 2세이상 1회, 경구용이 만 5세 이상 3회다.
콜레라는 만 2세 이상으로 출국 1주 전 완료해야 하며, 국제공인 예방접종기관에서만 접종할 수 있다.
반면 일본뇌염은 1·2차 간격이 1개월이라 지금 시작해도 여행 전 완료가 어렵다.
뎅기열은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백신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는 모기 물림 예방에 집중하고, 접종은 지금 시작해 다음 여행을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기인데, 홍역 백신을 맞을 수 있나?
맞을 수 있고, 비용은 국가가 전액 지원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보호자가 많다. 질병관리청은 홍역 유행 국가 방문이 불가피한 경우 생후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홍역 가속 접종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정부가 전액 지원하고 있다.
다만 반드시 기억할 게 있다. 가속접종을 받았더라도 1차(12~15개월)와 2차(만 4~6세) 정기접종은 그대로 받아야 한다. 가속접종이 정기접종을 대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1세 미만을 특히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질병관리청 '전 세계 감염병 발생 동향'에 따르면 2026년 미주지역 홍역은 20주까지 2만 521명(사망 25명)으로 전년 동기의 약 4배이며, 발생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1세 미만(인구 10만 명당 9.7명)입니다. 영아는 홍역에 걸리면 폐렴·중이염·뇌염 등 합병증 위험이 높다.
-아이와 함께 갈 때 상비약은?
경구수액제(ORS), 해열제(아세트아미노펜 생후 4개월~, 이부프로펜 생후 6개월~), 체온계. 해열제를 챙기는 게 좋다.
다만 지사제(로페라마이드)는 소아에게 함부로 쓰면 안 되는 약이므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
-모기기피제, 아이에게 발라도 되나? 인터넷에는 농도가 높아야 효과 있다던데.
바를 수 있지만, 국내 기준은 해외 정보와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DEET는 10% 이하가 생후 6개월 이상, 10~30%는 만 12세 이상이다. 이카리딘은 생후 6개월 미만 사용불가, PMD는 만 4세 이상이다. 미국 자료에는 영유아에게 20~30% 농도를 권하는 내용이 있으나 국내에서 12세 미만은 10% 이하가 기준이다.
식약처 사용수칙도 함께 지켜야 한다. 어른 손에 먼저 덜어서 어른이 아이에게 발라 주고, 한 번 바르면 4~5시간 유지되므로 4시간 이내에 덧바르지 않는다. 자외선차단제와 함께 쓸 때는 차단제를 먼저, 기피제를 나중에 바른다. 특히 향기 나는 팔찌·스티커 제품은 허가된 모기기피제가 아니다.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모기기피제 중 팔찌형·스티커형은 없다.
◇현지 여행 중
-물과 음식은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나?
끓인 물이나 개봉하지 않은 병입수를 사용하고 얼음도 같은 기준으로 본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과일, 미리 잘라 놓은 과일, 생채소, 상온에 오래 둔 음식, 덜 익힌 어패류는 피한다. 하절기 국내 집단발생에서도 살모넬라(38.2%)와 병원성대장균(11.8%)이 주요 원인이었다.
손씻기에는 단서가 있다. 노로바이러스에는 알코올 손소독제가 잘 듣지 않는다. 비누와 물로 20초 이상 씻어야 하며, 크루즈나 호텔처럼 밀집한 곳에서는 특히 그렇다.
-아이가 설사를 시작했다.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
여행 중 설사는 국내에서 흔한 장염과 원인이 다를 수 있다.
국내 소아 장염은 대부분 바이러스성이라 대증치료로 좋아지지만, 여행지 설사는 세균이나 기생충이 원인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고, 원인에 따라 치료가 완전히 달라진다.
혈변이 동반되면 신장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원인도 있다. 그래서 "집에서 지켜보자"의 기준을 국내보다 낮게 잡아야 한다.
아이가 축 처지거나, 소변량이 줄거나, 열이 나거나, 피가 섞인 변을 보이면 원인 확인을 위한 검사와 필요시 수액 처치가 가능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영유아는 체중 대비 수분 필요량이 커서 짧은 시간에도 탈수가 진행된다.
병원에 가기 전과 가는 길에는 경구수액제(ORS)를 먹인다. 모유수유 중이라면 중단하지 말고 계속 먹이고 분유도 그대로 먹인다. 희석하지 않은 사과주스나 탄산음료는 오히려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고, 흔히 알려진 'BRAT 식이'(바나나·쌀·사과·토스트만 먹이기)는 근거가 부족해 권장되지 않는다.
-지사제를 먹여도 되나? 항생제를 미리 챙겨가는 건 어떤가?
둘 다 권하지 않는다. 지사제(로페라마이드)의 경우 국내 허가사항은 "7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투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호흡 억제와 심장 이상반응을 이유로 2세 미만 금기로 정하고 있다. 국내 기준이 더 엄격한다. 특히 피가 섞인 설사에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여행지 설사의 원인 중에는 장출혈성대장균이 있는데, 이 경우 항생제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협회는 앞서 일부 병원성대장균이 드물지만 용혈성요독증후군과 급성 신손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밖에 비스무스 제제는 12세 미만 비권장(라이증후군), 항히스타민계 멀미약·항구토제는 1세 미만 금기다. 말라리아 예방약(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은 국내 허가상 11kg 미만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아(해외 자료는 5kg 이상) 반드시 출국 전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현지에서 열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기가 많은 지역이라면 해열제 선택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뎅기열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만 사용하고,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등 소염진통제는 출혈 위험을 높이므로 쓰지 않는다.
뎅기열에서 보호자가 가장 흔히 놓치는 지점은 '열이 떨어질 때'이다. 열이 내리는 시점부터 24~48시간이 위험기로, 이때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열이 떨어졌다고 안심하지 말고, 심한 복통·반복되는 구토·코나 잇몸 출혈·축 처지거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귀국 후
-귀국하고 며칠까지 지켜봐야 하나?
질환마다 다르다. 뎅기열은 2주 (발열·발진·두통·근육통), 홍역은 약 3주 (발열·발진·기침·결막충혈), 장티푸스와 A형간염은 수주이상 (지속되는 발열·황달·복통), 말라리아는 길게는 수개월 (반복되는 발열·오한)이다.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했다면 귀국했다고 중단하지 말고 정해진 기간까지 마쳐야 한다. 또한 2주 넘게 설사가 지속되면 세균이 아닌 기생충 감염일 수 있어 진료가 필요하다.
설사한다고 모두 장염은 아니다. 영유아 인플루엔자는 구토·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 흔한데, 국내는 비유행기인 반면 열대지역은 연중 유행해 오히려 의심되기 어렵다.
-귀국 후 아이가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
검사와 수액 처치가 가능한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고, 진료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한다. 질병관리청도 귀국 후 발열·발진·설사·구토·기침 등이 있으면 의료기관 방문 시 반드시 해외 여행지 방문 이력을 알리도록 안내하고 있다.
여행력을 말해 주는 것만으로 진단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소아의 발열은 흔한 감염과 구분이 어려워, 여행력이 없으면 뎅기열·말라리아·홍역을 처음부터 의심하기 어렵다.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도 늦어지고, 홍역처럼 전파력이 강한 질환은 대기실에서 다른 아이에게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다녀왔는지 ▲모기에 물렸는지·동물과 접촉했는지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 ▲현지에서 약을 먹었는지 등 4가지를 정리해 오면 빠른 진료에 도움이 된다.
최용재 회장은 "휴가는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며 "아이에게는 어른과 다른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료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보호자가 좋은 마음으로 한 조치가 아이에게 해가 되는 때"라며 "설사를 멎게 하려고 지사제를 먹이고, 도움이 될까 싶어 항생제를 미리 먹이는 일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행지 설사는 국내 장염과 원인이 다를 수 있어 지켜보는 기준을 평소보다 낮게 잡아야 한다. 아이가 물조차 마시지 못하거나 소변량이 줄고 축 처지거나 혈변을 보인다면, 빠른 시간 내 검사와 수액 처치가 가능한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달라"며 "귀국 후 열이 나면 진료실에서 여행 다녀온 사실부터 말해야 한다. 그 한마디가 진단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