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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대회 끝난 것 같네요. 힘들었던 기억들이 생각나요."
너무 힘들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피겨스케이팅만 알고 살아온 삶. 다 부질없는 것 같았다.
최다빈은 한 달 전 어머니와 영원한 이별을 했다. 17세 어린 소녀가 짊어지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슬픔이었다.
29일 최다빈이 빙판에 섰다. 1차 선발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최다빈은 그간 설움을 토해내듯 열연을 펼쳤다. 관객들도 숨죽였다. 총점 63.04점(기술점수 34.80·예술점수 28.24점)을 획득했다. 1위 기록. 아픈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빙판 위로 최다빈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관객들은 다시 일어선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다빈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30일. 최다빈은 참가선수 12명 중 11번 스타팅 오더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섰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Westside Story)'에 몸을 맡긴 최다빈은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빈이션을 완벽히 소화한 뒤 트리플 플립까지 깔끔히 연결했다.
이어진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까지 완벽히 처리한 최다빈은 후반부 과제인 트리플 루프와 트리플 살코까지 결점 없이 처리하며 '만점 연기'를 펼쳤다. 전광판에 나온 그의 점수는 118.75점. 최다빈은 총점 181.79점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이젠 울지 않고 활짝 웃었다. 경기 후 최다빈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며 "연기를 막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대회가 끝났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었던 것들이 생각이 났지만 흔들리지 않고 다음 2, 3차 선발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의 여자 싱글 올림픽 출전권은 2장. 향후 두 차례 선발전을 더 치러 상위 두 명의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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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빌혼 트로피엔 총 6장의 평창올림픽 남자 싱글 티켓이 달려있다. 이준형이 이 대회서 출전권을 획득하면, 두 차례 올림픽 선발전을 치른 뒤 합산 점수로 최종 출전 선수를 결정한다.
목동=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