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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강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한국 여자 컬링이 올림픽 4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 두번째 출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이제 4강 이상,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전세계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쳤다. '강팀 킬러'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세계랭킹 1위 캐나다, 2위 스위스, 컬링 종주국 영국(4위), 5위 스웨덴을 차례로 무너트렸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의 놀라운 상승세와 환상적인 경기력에 주목했다. 한국 여자 컬링은 4년 전 소치올림픽에 첫 출전해 8위를 했었다.
김민정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스킵(주장) 김은정을 비롯해 김경애(서드·바이스 스킵) 김선영(세컨드) 김초희(리드) 그리고 후보 김영미로 구성됐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자매 사이. 김영미-김은정, 김경애-김선영은 경북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며 '팀 킴(KIM)' '의성 마늘 소녀'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은 스킵 니나 로스가 이끌었다.
김은정이 중심을 잡은 '의성 마늘 소녀'들은 찰떡궁합 호흡을 보여주었다. 친자매 처럼 똘똘 뭉친 이들은 빙판 위에서 서로의 눈빛과 손짓 그리고 목소리 만으로 척척 의사소통을 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미국이 잡고 나갔다. 노란 스톤을 잡은 한국은 1엔드 2점을 내주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한국은 후공으로 나선 2엔드 1점을 따라붙어 2-1을 만들었다. 미국은 3엔드 1점을 획득해 다시 점수차를 2점으로 벌렸다. 4엔드 후공한 한국은 위기상황에서 '스틸(선공 팀이 점수를 가져가는 것)'을 막으며 1점을 가져와 3-2로 따라붙었다.
미국은 후공으로 나선 5엔드 스톤 4개를 남기고 위기상황에서 '타임아웃(작전타임, 팀당 한번씩)'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은 스킵 김은정의 환상적인 샷으로 스틸에 성공, 대거 4점을 뽑아 전세를 한방에 뒤집었다. 김은정의 마지막 샷은 하우스 안의 우리나라 스톤을 쳐 상대 1번 스톤을 밀어냈다. 그러면서 하우스 안에서 한국의 스톤이 1번~4번까지를 모두 차지했다. 큰 위기를 맞은 미국은 마지막 스톤으로 1번 위치를 노렸지만 힘이 부족해 4실점했다. 한국이 6-3으로 크게 앞섰다. 이번 대회를 통해 무표정한 '안경 선배'로 팬들의 큰 인기를 불러온 주장 김은정도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미국은 6엔드 1점을 따라붙었다. 한국은 7엔드 1점을 얻어 7-4, 3점차로 다시 도망갔다. 한국은 8엔드, 2점을 내줘 7-6으로 쫓겼다. 한국은 9엔드 김은정의 자로잰듯한 정확한 두 차례 샷에 힘입어 2점 얻어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미국은 10엔드 패배를 인정하는 악수를 청했다.
한국의 8차전 상대는 세계랭킹 3위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이다. 21일 오전 9시5분에 시작한다.
이번 올림픽 여자 컬링(4인조) 경기는 10개국이 9개 경기씩 풀리그를 치른 후 상위 4팀이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최국 한국을 포함, 캐나다, 덴마크, 일본, 중국, OAR, 스웨덴, 영국, 스위스, 미국이 출전했다. 컬링 4인조는 팀별로 스톤 8개를 사용하며 10엔드로 승부를 낸다. 강릉=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다음은 일문일답
-4강을 확정했는데.
▶(김선영)아직 남은 경기가 있다. 4강 올라가서 또 경기를 해야 한다. 만족하지 않는다.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
-두번째 도전만에 4강이다.
▶우리 한국 컬링의 역사는 김경두 교수님부터 시작했다. 감독님과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인정할 만한 역사를 쓰고 싶다.
-4엔드 4점 스틸이 컸다.
▶평소 처럼 침착하게 하자고 했다. 아이스 상태만 얘기해줬다.
-예선 1위.
▶예선 1위로 가도 4위와 싸운다. 어떤 순위르 받더라도 우리 게임을 열심히 하겠다.
-감독으로서 소감은.
▶(김민정 감독)조금씩 들려오는 얘기로는 관심을 우리 팀이 갑자기 나타난 것 처럼 말한다.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팀이 아니다. 10년 동안 만들었다. 우리는 첫번째 올림픽을 위해 이번 만큼 준비했다. 10년 동안 담금질 된 팀이다.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힘들었다. 경북컬링훈련원은 김경두 교수님의 도움으로 지어진 것이다. 지역이 단지 의성일 뿐이다. 의성에서 큰 도움은 없었다. 우리는 마늘과 큰 상관이 없다. 좀더 예쁜 별명을 붙여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를 이끌어준 김경두 교수님이 여기 오기 전에 '너희들이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다. 우리는 '살아서 돌아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