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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터뷰로 인해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으셨다. 정말 죄송하다. 뒷선수를 못챙긴 것도 제 잘못이 제일 크다."
19일 여자 팀추월 준준결선 네덜란드와의 맞대결에 김보름 박지우(24·한체대) 노선영(29·콜핑)이 나섰다. 여자 팀추월은 3명의 선수가 함께 400m 트랙을 6바퀴 돌아 최종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3명이 혼연일체가 돼 함께 달려야 한다. 개인의 기량과 '원팀' 호흡이 중요하다. 이날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노선영이 마지막 코너를 돈 후 체력이 떨어지며 처지는 사이 김보름, 박지우가 치고 나갔다. 김보름이 2분59초대로 들어왔고 김보름과 노선영의 사이에 4초라는 간극이 생겼다. 3분03초76, 8개팀 가운데 7위로 1~4위가 진출하는 준결선행에 실패했다. 7위, 메달 무산이라는 결과를 떠나 노선영이 나홀로 뒤처진 상황이 논란이 됐다. 이후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가 논란에 불을 지폈고, 울고 있는 노선영을 등진 김보름, 박지우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불화설, 파벌설까지 번졌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일부러 노선영을 뒤처지게 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며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여자 팀추월 7-8위전과 매스스타트 등이 남아 있는 상황, 빙상연맹은 진화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 감독은 "많은 분들께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한 후 경기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여자팀 추월은 6바퀴인데 처음에는 3선수가 한바퀴씩 돌아가면서 끄는 것으로 했다. 올림픽 시작 후 다른 국가 기량을 점검하고, 시합 결과를 보고 나서 4강으로 목표를 수정했다"고 했다. "4강을 위해서는 김보름의 역할이 중요해서 50%에 해당하는 3바퀴를 책임져 달라고 했다. 나머지 3바퀴는 노선영, 박지우가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김보름-박지우가 앞장서고 노선영이 뒤처진 부분은 "노선영의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어제 많은 관계자들은 왜 노선영을 마지막에 중간에 끼워서 가지 않았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했는데 노선영이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중간보다는 그 속도를 유지시켜 뒤에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게 직접 이야기했다"고 털어놨다. "우려가 됐지만 선수들이 연습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노선영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인 제게 있다."
경기 후 선수들이 서로에게 등을 돌린 장면과 코칭스태프들이 이를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백 감독은 "선수들을 못챙긴 부분은 코칭스태프 잘못이다. 선수들이 서로서로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해명했다. 백 감독은 김보름, 박지우를 향한 여론의 따뜻한 시선을 요청했다. "모두 아시겠지만 지금 김보름, 박지우 선수에게 중요한 매스스타트가 남아 있다. 굉장히 힘들어한다.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같다. 여러분이 많은 힘을 주셔서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 백 감독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중 김보름이 꾹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던 노선영과 박지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 감독은 "노선영은 오기 직전 감기몸살이 와서 못온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21일 노선영의 7-8위전 출전 여부에 대해 "감기몸살이 너무 심한데 오후에 체크해보고 내일 판단하겠다"고 즉답을 미뤘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