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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TEAM).
이 단어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 하다. 함께 뛰어야 할 선수들이 뚝 떨어졌고, 선수와 감독은 '진실게임'을 펼치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둘째 문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자 팀추월 팀은 더 이상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가 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다름'을 뛰어넘어야 '원팀'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는 7명의 귀화 선수들이 있었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이들은 귀화 선수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정성을 의심했다. '팀워크를 깨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어린 목소리도 있었다. 여자 대표팀은 더 했다. 한국계이기는 하지만 한국말을 못하는, 사실상 외국인에 가까운 선수들에 북한 선수들까지 가세했다. 갑작스러운 단일팀 결성에 그간의 준비들이 허사가 됐다. 라인 하나하나를 새로 짜야했다. 여기에 한국어, 영어에 북한말까지, 의사소통마저 쉽지 않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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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걱정 했던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한국어가 서툰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는 전언이다. 물론 라커룸 위치를 바꾸고, 함께 식사를 하게 하는 등 머리 감독의 디테일한 리더십도 빛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뛰었다는 점이다. 대표팀 수비수 엄수연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 팀이라 생각한다. 가족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 같이 이루고 싶은 1승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머리 감독도 "밖에서는 두팀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한팀이었다. 행정적인 결정은 정치인이 했지만 링크에서 한팀이 된 것은 선수들의 공이 크다"고 웃었다.
남자 대표팀 4전패, 3골-19실점. 단일팀 5전패, 2골-28실점. 한국 아이스하키가 남긴 성적표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도전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다. 실력부터 저변까지 상대가 되지 않는 골리앗을 맞아 '원 팀'으로 맞서 싸우는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있었고, 과거보다 미래가 있었다. 하나가 됐기에 비로소 품을 수 있었던 파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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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