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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AOMI ROAD FC 050의 개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는 두 명의 전설이 주먹을 마주한다. 바로 '부산 중전차' 최무배(48·노바MMA/최무배짐)와 '살아있는 전설' 후지타 카즈유키(48·TEAM FUJITA)다. 지천명을 앞둔 동갑내기 두 파이터는 도전도, 성장도 멈추지 않았다.
공개된 티저 이미지처럼, 국적만 다를 뿐 같은 인생을 살아왔던 두 명의 '아재'들은 이번 맞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 또 다른 도전이 될 이번 대회를 2일 앞둔 최무배는 어떤 심정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을까.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한계들은 매섭게 춥고, 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어디 나가기도 망설여진다. 어제 유튜브를 보다 조선 왕들의 수명과 사인을 나열한 영상을 보게 됐는데, 현재의 나보다 빨리 가신 분들이 훨씬 많다. 현대의 과학문명이 아니었다면, 왕이라 해도 오래 살 수 없었던 게 역사였다.
내가 30살 되기 직전, 스쿠터를 타다가 콘테이너 차량과 추돌하는 사고로 죽을 위기가 있었다. 당시 동아대 응급실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옆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동기(이동기 해설위원)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왼쪽 허벅지가 지렁이처럼 축 처져 있는 걸 봤다. 분쇄골절로 이제 내 다리를 자르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현대의 과학문명이 나를 다시 뛸 수 있게 해줬다.
30대 초반이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서울시청 앞 광장의 함성을 바로 옆 남대문 시장에서 짐꾼 일을 하며 듣게 됐다. 거짓말 같은, 꿈과 같은 일이 현실에서 생겨나기도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그게 바로 마음속에 묵혀두고 있던 레슬링 교실을 시작하게 된 동기였다. 그리고 이후 프라이드에 출전해 한국인 유일 4연승의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이제 2018년도 끝자락에 이르렀다. 남들이 가 본적 없는 길로의 첫걸음을 딛는 행보는 다시 시작됐다. 달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처럼, 한국인 최고령 파이터로 하루하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굳어가던 몸은 가볍게 잘 움직이고 있다. 격투기의 세계 최고 기술력을 담은 노바 MMA 덕분이다. 지난 8월 시합 때보다 더 많이 발전해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후지타 카즈유키는 일본 최고의 파이터이며, 나처럼 레슬러 출신의 최고령 파이터다. 아마도 나와의 상성 때문에 최고의 준비를 하고 최상의 상태로 시합에 임할 것이라 기대된다. 후지타 카즈유키 또한 이번 시합의 승패를 떠나, 고령화 시대를 맞아 충분히 50세 이상의 나이에도 활동을 펼쳐 또래 사람들이나 윗 나이대의 분들에게도 귀감이 되어주길 바란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아재의 스토리는 아직도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난 시합보다도 더 성장한 모습이 되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 사이 이왕표 형님과 야마모토 키드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병 때문이다. 병에 걸려 죽거나, 사고로 죽지 않으면 우리 세대부터는 상당한 시간을 삶이 기운 측면에서 보내야 한다.
밋밋하고 움츠러든 늙은 일상을 딛고 건강을 위해, 생동감 넘치는 성취를 위해, 끊임없는 성장을 위해 이 시합을 준비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늙었을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우리의 도전이 멈추지 않기를.'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XIAOMI ROAD FC 050 / 11월 3일 대전 충무체육관
페더급 타이틀전 최무겸 VS 이정영
무제한급 최무배 VS 후지타 카즈유키
라이트급 홍영기 VS 나카무라 코지
밴텀급 한이문 VS 유재남
-50kg 계약체중 심유리 VS 임소희
무제한급 심건오 VS 허재혁
◇XIAOMI ROAD FC YOUNG GUNS 40 / 11월 3일 대전 충무체육관
미들급 박정교 VS 임동환
플라이급 김태균 VS 이토 유키
페더급 김용근 VS 박찬수
밴텀급 황창환 VS 김성재
플라이급 고기원 VS 김영한
플라이급 김우재 VS 정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