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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아들과 항상 함께 한다'는 제 마음을 담은 우승 세리머니입니다."
이상수는 지난 2일 대만과의 남자단체전 결승 제2단식에서 추앙치유안에게 1-3(9-11, 11-13, 11-7, 8-11)으로 패했다. 후배들의 활약 덕분에 게임스코어 3대1로 승리하며 25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맏형이자 주장으로서 미안함이 컸다. 추앙치유안과의 '리턴매치' 결승전을 앞두고 이상수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대만과의 단체전에서 2게임을 잡았던 '후배 에이스' 장우진(26·미래에셋증권·세계 12위)이 준결승에서 추앙치유안에게 석패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맏형 이상수는 "혼자 살아남을 줄 몰랐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으니 한국탁구를 위해 제일 큰 거 하나를 해내야 한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한국탁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가족을 위한 세리머니를 다짐했다. "이겨야할 이유가 너무 많다. 아내 (박)영숙이와 은우를 위한 타투 세리머니로 피날레를 장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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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는 "우승이라는 것 자체가 정말 기분좋고 행복한 일이다. 중국과 일본 1진 선수들이 안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정말 한 경기도 쉬운 경기가 없었다"는 우승 소감을 전했다. "어떻게 보면 기회가 온 걸 잡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해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한 후 "단체전 때 추앙치유안에게 진 걸 복수할 수 있어 그것도 기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단체전에서 더 잘하는 선수가 되도록 실력을 닦아야 한다. 단체전 결승 때 1점을 못잡아서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시아선수권 마지막날, 여자복식에 이어 남자단식까지 정상에 오르며 오랜만에 탁구경기장에서 애국가가 연속 2번 울려퍼졌다. 이상수는 "2013년 부산아시아선수권 금메달(혼합복식) 이후로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처음 들은 것같다. 역시 애국가는 들으면 항상 소름 끼치고 뿌듯해진다. 태극기가 가장 위에 있을 때 진짜 기분이 너무 좋았다"는 진심을 전했다.
2000년대생들이 대세인 탁구계에서 아시아선수권 남자단식 파이널리스트는 결국 40세 추앙치유안과 31세 이상수였다. 불혹의 나이에도 특유의 노련미로 어린 선수들을 물리친 추앙치유안에 대해 이상수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정말 멋진 선수다. 저도 그 선수처럼 더 오래 더 잘 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항상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후배들이 상수형처럼 되야겠다고 생각하게끔 귀감이 되는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도 전했다.
도쿄올림픽 노메달 후 아시아선수권 시상대에 오르며 한국탁구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캡틴' 이상수는 "저도 우리 팀도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고, 그걸 채워내야만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서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더 실력을 쌓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상수는 이날 단식 금메달로 아시아선수권 개인 최다 금메달(3개) 보유자가 됐다. 2013년 혼합복식 금메달 8년만에 카타르 도하에서 남자단체전, 남자단식 금메달을 한꺼번에 따냈다. 2015년 남자복식 은메달, 남자단체 동메달, 2017-2019년 남자단체 은메달을 모두 합치면 금 3개, 은 3개, 동 1개다. 최다 메달의 복은 최고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삼성생명에서 유승민, 주세혁, 이상수를 키워낸 '호랑이' 강문수 감독(대한항공 총감독)이 "매순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인정한 선수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가장 오래, 가장 열심히, 가장 잘하는 선수 이상수에게 금메달이 찾아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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