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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선수들은 확실히 다르더라.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서 위축되고 겁 먹고 그런 게 전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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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동계올림픽 초반 불거진 쇼트트랙 판정 논란 직후 스포츠 외교력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베이징올림픽서 한국 스포츠 외교는 100% 성과를 거뒀다"고 일축했다. "쇼트트랙 판정 논란이 있던 날 밤 신속하게 심야회의를 진행했고, 곧바로 CAS에 제소하겠다는 기자회견문을 IOC에 전달했다. 국제빙상연맹(ISU)회장을 5번 만났다. '국민들이 보이콧하라고 난리가 났다. CAS에 제소하겠다. 잘못된 판정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했다. "ISU 회장에게 내년 3월 한국서 쇼트트랙세계선수권, 2024년엔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리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대회를 어떻게 치를 것이냐고 항의했다. ISU회장과 시상자로 함께 나선 자리서도 줄기차게 개선을 촉구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적극적으로 대처했고, 결국 논란도 잦아들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창대한 꿈의 실현을 위한 현실적 로드맵도 설명했다. "올해 10월 17~21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총회를 연다. 전세계 IOC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이 새 대통령을 만나고, DMZ에서 세미나도 하고, 남북 평화의 메시지를 공유할 것이다. 또 5월엔 서울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자문위원회를 추진중이다. 싱가포르 세르미양 응 IOC부위원장, 중국 자이칭유 등 아시아 IOC위원들을 초청해 강원청소년올림픽의 평화 비전을 공유하고 공조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올림픽의 평화 비전을 역설하던 중 이 회장은 강원청소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대한 작심발언을 꺼내놨다. "조직위와 체육회간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 체육회는 누가 조직위원장에 임명된지도 몰랐고, 2년이 다 되도록 만남은커녕 전화 한번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남북이 함께 가기 위해선 할 일이 많다. 스포츠를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북한과 말이 통해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 채널과 네트워크를 갖춘 실무형 인사들로 조직위가 꾸려져야 한다. 조직위부터 전면 재편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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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 활성화, 거버넌스 일원화, 체육재정 확대' 새 대통령에 바란다
이 회장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새 대통령을 향한 3가지 바람도 재차 강조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2월 '체육인이 바란다' 포럼, 1월 '대한민국 체육인대회'를 통해 대선후보들에게 학교체육 활성화, 스포츠 거버넌스 일원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 50% 등 재정 확보의 3대 염원을 전달했다. 각 캠프가 긍정적 반응을 내놨고, 일부는 공약으로 채택됐다. 이 회장은 "빗물이 바위를 뚫는다. 계속 떠들고, 계속 두드려야 한다"고 했다.
학생선수 주중대회 금지 등 현장의 핫이슈들에 대해 이 회장은 '거시적 관점'을 강조했다. "스포츠혁신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다. 현장에 맞춰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체육은 크게 놀아야 한다. 근본적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학교체육 활성화는 가장 중요하다"면서 "학교체육이 잘돼야 생활체육, 전문체육이 잘된다. 미래세대를 위해, 민주시민 양성을 위해,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체육 업무를 하는 정부 부서가 분산돼 있어 중복투자도 많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우리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체육위원회를 줄곧 주장해왔고, 스포츠기본법을 통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가 만들어진 건 감사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 체육인, 현장 전문가들이 위원회에 참여해야 하고, 위원회 결정을 이행하는 금융감독원같은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회장은 "우리가 새 정부에 요구한 3가지 공약, '학교체육, 거버넌스, 체육재정'은 하나의 '패키지'다. 생활체육, 전문체육의 풀뿌리인 학교체육이 잘 돼야 하고, 그러려면 효율적이고 일원화된 거버넌스가 있어야 한다. 전국민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리려면 결국 체육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2021년 1월 재선에 성공한 이 회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 3선 도전에 대한 돌발질문에 이 회장은 "다른 사람도 해야지"라며 웃었다. "대한민국 100년 체육 시스템을 확립하고, 장흥체육인교육센터 기반을 다지고, 2024년 강원청소년올림픽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다 이뤘다. 단 하나 남은 꿈은 멋지게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죽기살기로 뛸 것이다. 앞으로 3년만 더 잘 싸우면 된다. '안싸우면 일 안하는 것'이다. '조선 쌈닭'이란 소리를 듣더라도 체육인을 위한 100년 터전을 잘 만들고 박수 받으면서 떠나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공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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