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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 때 '와, 큰일 났다'는 생각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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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미소가 넘치는 그녀지만 2021년 휴스턴세계선수권 손목 골절 부상 이후 1년 반 가까이 실전에 나서지 못하면서 맘고생이 깊었다. "사실 많이 무서웠거든요. 첨엔 탁구만 다시 치면 행복하겠다 했는데 내 맘대로 안됐어요. 흐름을 못읽겠더라고요. 무서워서 공 맞추기가 힘들었어요"라고 했다. "세계선수권도 가서도 '또 다치면 어쩌지' 무서웠는데 1회전 이기고 나서 '2년 전보다 괜찮네' 생각이 들면서 신이 났어요.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고, 소풍 전날처람 다시 설레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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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찬사에도 신유빈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지금 랭킹은 계속 바뀌는 거고 랭킹을 신경쓰다 보면 기술을 놓칠 것같아요. 제 실력을 탄탄하게 만들면 랭킹은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10위 내에 중국선수 6명, 일본 선수 2명 단단한 벽이 있어요. 저는 이 벽을 계속 두드려야죠. '저 들어가도 될까요?'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신유빈은 랭킹은 랭킹일 뿐, '월드클래스'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월클'이란 무엇일까. "모든 박자, 모든 공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해요. 게임수도 좋아져야 하고, 공도 더 정확하게, 내가 보내고 싶은 방향으로 모든 공을 보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전체적으로 레벨이 올라가야 해요. 모든 면에서 세계 1위(쑨잉샤)만큼 칠 수 있어야 '월클'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아요"라고 또렷하게 답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 톱랭커들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번 이기는 것보다 같은 실력으로 올라가고 싶어요. 5대5로 부딪칠 수 있는 실력을 쌓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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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폭풍 일정은 다시 시작된다. WTT컨텐더 리마(페루 7월31일~8월6일 ),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8월7~13일),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9월3~10일), 항저우아시안게임(9월23일~10월8일)까지. 항저우아시안게임 이야기에 신유빈은 또 한번 "재밌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아시안게임 이전까지 실전을 연습처럼 하면서 그 속에서 계속 이겨나가고 싶어요. 바쁜 일정 속에 졌다고 좌절할 시간도, 이겼다고 좋아할 시간도 없어요. 실전을 훈련처럼 할 거예요. 이제 마음 속에 다시 기술의 공간이 생겼어요. 경기 때 드라이브, 스윙, 움직임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보고 있어요. 당장의 결과가 목표가 아니라 발전하는 게 목표니까. 모든 대회에서 좋은 내용의 탁구를 치는 게 제일 간절해요. 그러면 메달은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메달 색은 밝을수록 좋겠죠?"라며 생긋 웃었다.
세계선수권 메달 포상금 1000만원 전액을 월드비전에 기꺼이 기부한 신유빈은 언제나처럼 팬들을 향한 감사와 나눔의 약속도 잊지 않았다. "팬들께 너무 감사해요. 저는 기쁨과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운동선수의 특권이고, 일반학생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받은 사랑을 더 많은 이들과 오래 나누고 싶어요. 기부도 더 열심히 할 거예요. 기부는 제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예요. 탁구를 더 잘해서, 더 많이 기부하고 싶어요."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