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드민턴 최대의 적 '중국 횡포'

최종수정 2013-08-04 07:11

이용대-고성현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복식 우승후보다.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또 시작이구만."

한국배드민턴대표팀의 이득춘 감독은 혀를 내둘렀다.

2013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3일 대표팀을 이끌고 중국 광저우에 입성한 첫날부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이 한국을 견제하려고 또 보이지 않는 텃세를 부리는 것 같다"면서 1987년을 떠올렸다.

당시 선수였던 이 감독은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 출전했다가 아픈 기억을 안았다.

중국과의 결승서 8차례나 경기가 중단되고, 선심이 3번이나 바뀌는 소동이 있었단다. 주최국인 중국측 선심이 뻔히 아웃된 공을 거꾸로 판정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감독은 역전패로 준우승에 머물렀고, 경기가 끝난 뒤 편파판정에 너무 화가나 항의표시를 했다가 관중이 던진 깡통 세례도 받았단다.

강산이 3번째 변하는 세월이 흘렀건만 중국의 오만은 끝나지 않았다. 불과 3개월 전의 세계혼합단체전(5월)에서도 유사한 횡포를 겪었다.


한국과 중국의 결승이 열리던 날 선수단 전용 관중석에 이상한 관중 수십명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중국측이 발급한 부정 ID카드를 착용하고 있었다.

국제대회에서는 선수 4명당 1장 꼴로 참가국 협회 임원용 ID카드를 발급하도록 돼 있지만 중국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발급한 것이었다.

이들은 선수석에서 금지된 북 등 응원도구까지 동원해 마구 두드리며 "짜요"을 외쳤다. 이 때문에 한국 선수단은 한쪽 구석에서 기에 눌려 있어야 했다.

그 때를 떠올린 이 감독은 "실력으로 패한 것은 인정하지만 선수들에게 배정된 지정석까지 침범해 들어와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중국은 당시 혼합단체전 5연패의 공을 세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이번 개인선수권에서도 자국에서 3회 연속 5개 종목 싹쓸이를 위해 온갖 수법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비단 배드민턴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강세 종목이라고 여기는 농구 국제대회에서도 교묘한 횡포를 잘 쓰기로 소문 나 있다. 지난 2011년 농구대표팀을 이끌고 중국에서 열린 제26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허 재 감독도 훈련스케줄, 메인코트 사용시간 등으로 장난을 친 중국을 향해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예의가 없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같은 중국의 횡포는 배드민턴에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3일 광저우의 지정 호텔에 도착한 한국 선수단은 가장 먼저 훈련 스케줄을 체크하다가 "역시나!"하며 가슴을 쳤다.

개최국인 중국이 이날 한국의 훈련 스케줄을 잡아놓지 않은 것이다. 한국대표팀은 한국서 출국하기 전부터 훈련시간 배정 요청 이메일을 보내고 3차례나 확인을 거쳤다. 하지만 중국측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메일을 받지 못했다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한국은 다른 체육관을 급히 섭외해 첫날 훈련을 해야 했다.

이 뿐이 아니다.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훈련마저도 오후 6시에 하도록 배정했다. 저녁식사 시간에 교묘히 맞춘 것이다. 이 감독은 "저녁식사 시간에 훈련하면 대회에 대비한 생활리듬이 깨지고 컨디션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참가국은 하루에 2차례 훈련하도록 해놓고 한국만 하루 1차례 훈련을 배정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단이 강력하게 항의한 끝에 이런 문제점들은 다소 바로잡혔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찜찜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중국은 이번에 각국 협회 관계자용 ID카드를 발급할 때에도 한국을 차별했다. ID카드 발급비용에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다른 참가국은 공히 1장당 100달러였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2.5배나 뻥튀기해 250달러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을 어떻게든 빈정 상하게 만들려는 중국의 고질적인 횡포가 가장 큰 적인 셈이다.

이 감독은 "막상 대회가 시작되면 어떤 일로 황당하게 만들지 모른다"면서 "열악한 상황을 뚫고 한국의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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