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두번째 테스트이벤트, 첫 날 풍경은?

기사입력 2016-02-18 20:37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평창=박찬준 기자

"와! 장난아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환상적인 실력에 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어떤 연기인지 궁금할 때면 현장 중계팀의 맛깔나는 설명이 이어졌다. 좌석이 없어 불편해 하던 팬들도 이내 프리스타일 스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국기를 들고 페이스 페인팅을 한 1000여명의 팬들이 만든 분위기는 마치 유럽 대회를 연상케 했다.

사실 처음 강원 평창군 보광 휘닉스파크에 진입할때만 하더라도 걱정이 컸다. 진입로 곳곳에 대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나부꼈지만 고요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입구에서는 2017년 9월 완공을 목표로 1차로를 2차로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슬로프 위에 올라서자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18일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두번째 테스트이벤트이자 2016년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예선 첫 날 풍경이었다.


대라 하웰. 평창=박찬준 기자
선수들의 이구동성 "재밌고 독특한 코스"

평균경사 16도에 길이 617m의 코스를 내려온 선수들은 이구동성 "SUPER FUN!(정말 재밌다)"을 외쳤다. "UNIQUE(독특하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슬로프스타일 금메달리스트 대라 하웰(22·캐나다)은 "코스가 정말 독특하다.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소치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더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1982년생으로 대회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케리 허맨(미국)은 "매우 독특하고 도전적인 코스다. 중간중간 다양한 옵션이 많아서 재밌다"고 했다.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종목 중 하나인 슬로프스타일은 3개의 레일과 3개의 점프 코스 등 슬로프에 설치된 장애물에서 화려한 점프 연기를 펼쳐 '눈 위의 서커스'로 불린다. 기술 수행능력과 난이도·종합 착지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선수들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창의적인 점프에 도전한다. 창의적인 점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코스다.

FIS는 평창 조직위원회와 휘닉스파크 측과 함께 이번 코스에 많은 공을 들였다. 코스 설계에 참여한 로베르토 모레시 FIS 디렉터는 "평창 슬로프스타일 코스는 매우 창의적이고, 최근 몇 년간 FIS가 대회를 치른 다른 코스와 다르다"며 "다양하게 변주가 가능하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장애물 옵션이 많은 게 특징이다. 마치 비디오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선수들의 호평은 FIS의 지적을 받아 지난해 7월 뒤늦게 슬로프 건설을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만족스러운 성과다.

어려운 코스에 희생양도 나타났다. 세계랭킹 1위이자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스 크리스텐센(미국)은 1차 시기에서 제대로 된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다. 부상으로 2차 시기를 시도하지도 못했다. 평창과 휘닉스파크 측은 이번 대회 후 선수들의 피드백을 받아 올림픽에서는 더 독특하고 재밌는 코스를 꾸릴 예정이다.


천호영. 평창=박찬준 기자

"내가 연습하던 코스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니까 신기"

가장 큰 함성은 역시 한국 선수들에게 쏟아졌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미현(21)은 17일 연습 도중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출전이 불발됐다. 남자부에서 5명의 선수들이 나섰다. 역시 세계의 벽은 높았다. 모두 큰 격차로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생애 첫 월드컵 참가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은 눈치였다.

'국가대표' 천호영(20)은 "내가 항상 타는 코스에서 외국 선수들이 뛰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신기하다"며 웃었다. 그는 "준비한 기술을 다보여주지 못했다. 마지막 점프에서 두 바퀴 반을 도는 기술을 하려고 했는데 두 번째 점프 착지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반 바퀴만 도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아쉬워했다. 천호영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스키를 시작해 이제 경력 6년에 불과하다. 다른 종목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등 지원을 받지 못했던 천호영은 최근 외국인코치 등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죽을 만큼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임태양(16)은 "항상 타던 스키장에서 이런 큰 대회에 나설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6세 때 스키를 시작한 임태양은 코치가 프리스타일을 타는 것을 보고 반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중1 때부터 본격적인 프리스타일 스키를 시작했다. 그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총출동한 이번 대회를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임태양은 "한국에서 본 적이 없는 기술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창은 나에게 꿈의 무대다. 꼭 국가대표가 되서 좋은 기회를 이어가고 싶다"고 웃었다.
평창=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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