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레터'논란,'recommend'를 어떻게 해석할까

기사입력 2016-02-26 05:29


대한체육회 통합 추진위원회

김 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지난 17일 긴급회동을 통해 3월27일 체육단체 통합의 법정 시한을 준수한다는 큰틀에 서면으로 재합의했다. 대한체육회도 22일 대의원총회를 통해 3월 27일까지 통합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회에서도 내달 2일 발기인대회를 열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그러나 통준위 이후 도착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레터를 두고 또다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IOC의 레터를 둘러싼 문체부-대한체육회의 온도차

KOC가 정관 초안 리뷰를 요청했고 IOC가 24일 밤 답신을 보내왔다. '기본적으로 통합이 관련된 모든 주체들에 의해 결정됐고, 현행 KOC와 법적인 연속성이 있다면 통합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알다시피 지난 며칠간 IOC는 공식적으로 이 절차에 대해 알려준 바 있고, 불필요하게 절차를 연기할 의도는 없지만, 이 과정을 조심스럽고 면밀하게 검토할, 합리적인 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리우올림픽이 닥쳐오고 있는 만큼 선수들과 관련기관이 올림픽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통합을 리우올림픽 이후로 연기할 것을 권고(recommend)하는 내용도 담겼다. 불필요한 과도기를 둠으로써, 리우올림픽 기간동안 회장 2명이 양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리우올림픽 이후 선거와 통합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일관성 있고, 논리적이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덧붙였다. KOC 측이 제안한 스위스 로잔에서의 미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최대한 빨리 양단체와 정부 대표가 로잔에 초대하고 싶다'고 썼다.

레터 내용에 대한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해석은 다르다. 문체부는 리우올림픽 이후의 통합을 그야말로 '권고'로 이해한다. 'recommend'라는 단어는 'suggest'보다 약한 수준의 권유라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반드시 지켜야할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인다. 정관에 대한 '검토'냐 '승인'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였던 때와 같은 모양새다. 'KOC'를 품은 대한체육회는 IOC의 정관 승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경우, 체육단체 통합의 키를 쥔 건 법도, 정부도, 대한체육회도, 국민생활체육회도, 통준위도 아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그동안 63번의 정관 개정중 단 2번만 IOC의 승인을 받은 체육회가 IOC를 빌미로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다. 결론은 정관 초안에 대한 '검토'를 최대한 빨리 받은 후, 통합 일정은 예정대로 3월27일까지 차질없이 추진하되 통합체육회 출범 전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최종 정관을 '승인'받는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KOC를 품은 통합체육회에 대한 시각차다. 문체부는 통합체육회를 국내법인 국민체육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특수법인으로 받아들인다. KOC는 통합체육회의 일부인 만큼 IOC룰이 절대적이 아니라고 본다. 대한체육회는 IOC 룰을 준수해야 하는 KOC를 통합체육회의 맨앞에 내세운다. 통합과정에서 KOC 분리가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KOC 분리 문제는 국민체육진흥법 통과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사안이다. 대한체육회의 극렬한 반대로, 결국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KOC분리에 대한 법 조항을 빼고 나서야 법안이 통과됐다. 체육회는 당시 '선수육성은 통합체육회가 하면서 국가대표 선발 및 국제대회 파견은 대한올림픽위원회가 하게 되는 이원 체계로 인한 갈등과 종목별 경기단체 관리체계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대한체육회 업무의 8할 이상은 KOC와 연관돼 있다. 엘리트 스포츠의 중심인 대한체육회의 권위와 권력은 KOC에서 나온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 파견하고, 선수촌에서 훈련시키고, 해외 NOC와 교류할 권한과 예산이 걸린 문제다. KOC 없는 체육회는 전국체전과 국내 행사만을 관할하는 국내 조직으로 전락한다. 무엇보다 스포츠의 자율성을 보장받을, 국제적 합법적 근거인 IOC의 그늘막이 사라진다.

3월 27일 법정기한 맞추지 못할 경우?

어쨌든 통합과 관련, 공은 다시 KOC로 넘어갔다. IOC의 레터에 대한 답신, 향후 일체의 커뮤니케이션은 KOC의 몫이다. 갇단히 말해, IOC의 입장은 통합 주체가 모두 동의한 통합이라면 반대하지 않지만, 통합 일정은 리우올림픽 이후로 '권고'한다는 것이다. KOC가 IOC의 '권고'에 대해 어떤 답을 보낼지 주목된다. 김정행 회장이 3월 27일 법정기한 준수를 약속했고, 체육회는 IOC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KOC에게 달렸다. IOC를 조속히 설득해야 법정기한을 맞출 수 있다. 대한체육회측은 "관련 사항을 정리해 29일로 예정된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IOC의 공문 내용은 권고사항일 뿐이며, 국내법이 IOC 권고보다 우선한다. 통합 일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 3월 27일 체육단체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양 단체 수장들과 국회, 정부가 합의한 가운데 통과된 법이다. 통합 불발에 따른 당장의 법적 제재 규정은 없다. 그러나 입으로는 통합에 동의하면서, 실제로는 통합의 발목을 잡았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대한체육회의 법적 지위에도 문제가 생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명시된 '특수법인'으로서 대한체육회의 지위가 사라진다.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을 살펴보면, 제5장 체육단체의 육성, 제33조에서 통합체육회를 명시했고, 제34조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를 명시했다. 법 조문의 '대한체육회'는 모두 '통합체육회'로 바뀌었다. 3월27일 이후 대한민국 국민체육진흥법 조문에 100년을 이어온 엘리트 스포츠의 본산 '대한체육회'의 이름은 사라진다. 올해 2월3일 개정된 '신성범 의원 발의' 일부 개정안 제18조 "지방자치단체는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및 생활체육진흥법에 따른 국민생활체육회 지부지회에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다"는 조항 안에 대한체육회의 명칭이 한차례 등장할 뿐이다. 국민체육진흥법 통합이 불발될 경우 정부의 '대한체육회'의 육성,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개정된 법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 새로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당분간 특수법인으로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온 '대한체육회'의 위상을 보장해줄 근거법이 사라진다. 체육회 사무국 등에선 이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통합의 또다른 축인 국민생활체육회는 위상을 그대로 유지할 근거가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과 같은 날인, 지난해 3월3일 생활체육진흥법이 통과됐다. 이 법에 따라 국민생활체육회는 법정법인의 지위를 받았다. 통합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생활체육회는 특수법인의 자격을 유지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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