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연패 실패' 진종오, '부부젤라'에 당했다

기사입력 2016-08-07 15:59


진종오 메달 획득 실패
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진종오가 탈락을 한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2016.8.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J

관중석 소리만 듣는다면 거의 축구장 수준이었다.

응원 함성이 끝없이 이어졌고, 심지어 부부젤라 소리까지 들렸다. 세계사격연맹은 친 관중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시끄러운 경기장을 허락한다. 하지만 이날은 정도가 심했다. 관중의 소리에 결과가 바뀌었다. 도를 넘은 소음에 '사격의 신' 진종오(37·KT)도 무너졌다.

진종오는 7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39.8점을 쐈다. 진종오는 5위에 머물며 2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기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진종오는 본선에서 584점을 쏘며 2위로 결선에 올랐다. 초반 흔들렸지만 27발부터 40발까지 연속 10점 행진을 이어가며 컨디션을 찾았다.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던 순간, 변수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브라질의 펠리페 알메이다가 7위로 결선에 오르며 브라질 팬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우!우!우!'하고 외치는 응원 구호와 함성 소리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알메이다가 좋은 점수를 받으면 어김없이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고, 슛을 준비 중이던 나머지 선수들은 이 소음에 집중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격발 시간이 늦은 진종오로서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일부 팬은 자국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 슈팅 순간에 부부젤라를 불었고, 이에 불만을 품은 팬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새로운 결선 방식 때문에 힘들어하던 진종오였다. 종전에는 예선과 본선 점수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매겼지만 이제 예선 점수는 결선 진출의 관문에 불과하다. 여기에 결선은 서바이벌 제도까지 더했다. 8명의 결선 진출 선수들은 제로베이스에서 20발을 쏜다. 결선 20발 중 각자 3발씩 두번, 6발을 먼저 쏴 점수를 합산한다. 이후 2발씩 쏘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탈락하는 방식이다. 결국 8발, 10발, 12발, 14발, 16발, 18발을 쏜 뒤 각각 8, 7, 6, 5, 4, 3위가 탈락하게 된다. 기량 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승부를 좌우한다. 결국 이변이 속출하며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진종오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진종오는 첫 3발에서 30.5점을 기록했다. 6발까지 59.9점을 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인도의 지투 라이가 78.7점으로 가장 먼저 탈락한 가운데 첫 고비가 찾아왔다. 7번째 슛이 9.5점에 머물며 탈락 위기에 놓인 진종오는 8번째 슛이 10.4점을 기록하며 살아났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곤차로프가 98.9점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아슬아슬한 행보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내 행운이 찾아왔다. 13번째 슛에서 슬로바키아의 유라이 투진스키와 중국의 팡웨이가 저조한 점수를 올렸다. 진종오는 그 사이 10.6점을 쏘며 3위까지 점프했다. 하지만 14번째 슛이 좋지 않았다. 9.1점에 그치며 결국 139.8점으로 4번째 탈락자가 됐다. 예선에서 부진했던 베트남의 호앙 수안 빈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진종오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는 말만을 남긴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1일 주종목인 50m 권총에 나선다.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한국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연패 달성에 성공한다.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바뀐 분위기와 룰에 적응하는 것이 과제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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