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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 소리만 듣는다면 거의 축구장 수준이었다.
진종오는 본선에서 584점을 쏘며 2위로 결선에 올랐다. 초반 흔들렸지만 27발부터 40발까지 연속 10점 행진을 이어가며 컨디션을 찾았다.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던 순간, 변수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브라질의 펠리페 알메이다가 7위로 결선에 오르며 브라질 팬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우!우!우!'하고 외치는 응원 구호와 함성 소리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알메이다가 좋은 점수를 받으면 어김없이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고, 슛을 준비 중이던 나머지 선수들은 이 소음에 집중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격발 시간이 늦은 진종오로서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일부 팬은 자국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 슈팅 순간에 부부젤라를 불었고, 이에 불만을 품은 팬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새로운 결선 방식 때문에 힘들어하던 진종오였다. 종전에는 예선과 본선 점수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매겼지만 이제 예선 점수는 결선 진출의 관문에 불과하다. 여기에 결선은 서바이벌 제도까지 더했다. 8명의 결선 진출 선수들은 제로베이스에서 20발을 쏜다. 결선 20발 중 각자 3발씩 두번, 6발을 먼저 쏴 점수를 합산한다. 이후 2발씩 쏘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탈락하는 방식이다. 결국 8발, 10발, 12발, 14발, 16발, 18발을 쏜 뒤 각각 8, 7, 6, 5, 4, 3위가 탈락하게 된다. 기량 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승부를 좌우한다. 결국 이변이 속출하며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진종오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진종오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는 말만을 남긴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1일 주종목인 50m 권총에 나선다.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한국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연패 달성에 성공한다.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바뀐 분위기와 룰에 적응하는 것이 과제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