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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 올림픽 파크 내에 있는 카리오카 아레나.
잔혹극의 막은 김잔디가 열었다. 세계랭킹 2위 김잔디는 16강전에서 탈락했다. 32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김잔디는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에게 절반으로 패했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무기력한 경기였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20년만에 여자 유도 금맥을 이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잔디였기에 충격은 두배였다.
이어 김지연이 비극 2막의 주인공이 됐다. 서지연과 황선아가 32강에서 일찌감치 무릎을 꿇은 가운데 가장 믿었던 김지연이 16강에서 무너졌다. 김지연은 이탈리아의 로레타 굴로타에 13대15로 석패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은 2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가뜩이나 부진하던 펜싱의 한숨 소리가 더 깊어지던 순간이었다.
최대 3개의 금메달이 예상되던 카리오카 아레나에는 아쉬운 탄식만이 가득했다. 망연해진 선수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믹스트존에서 눈물을 꾹 참던 김잔디는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만을 남긴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원희 감독도 나란히 걸어줄 뿐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못했다. 김지연은 충격이 큰 듯 했다.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 개인전이 이렇게 마무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눈치였다. "죄송합니다." 이 한 마디만을 남기고 서둘러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안창림은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김지연과 김잔디는 "죄송합니다" 한마디만을 남긴채 믹스트존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안창림은 아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뛰었지만 남은 것은 충격 뿐이었다.
더이상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채 사라지는 뒷모습만 바라봤다. 그들이 지난 4년간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는지를 알기에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찰라의 결과가 억겁의 과정을 덮을 수는 없다. 미안할 필요는 없다. 고개를 떨굴 필요는 더더욱 없다.
영국 육상 국가대표 출신 대런 캠벨이 SNS에 올렸던 말을 인용해본다. '여러분에게 무한한 애정과 존경을 보냅니다. 메달이 당신의 노력과 성공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까요.'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