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과 바꾼 십자인대, 박지윤 눈물의 의미

기사입력 2016-08-10 01:01


박지윤이 테이핑하는 모습. 조준호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캡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63kg에 출전한 박지윤이 9일 오전(현지시간) 영국의 앨리스 쉴레징거와의 경기에서 한판패를 당했다.부상을 입은 박지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2016.8.9/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5월6일이었다. 2016 바쿠 그랜드슬램에 출전한 박지윤(24·경남도청)이 동메달결정전 직전 기권을 선언했다. 도저히 걸을 수 없는 몸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대회에 모든 걸 걸었다. 대륙별 쿼터로 올림픽 티켓을 따내기 위해선 랭킹 포인트가 필요했다. 조기 탈락은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결과는 5위. 100포인트를 얻은 그는 리우행 비행기에 오를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웃을 수 없었다. 동메달결정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 왼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진 것이다.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수술을 받고 올림픽을 포기할지, 재활로 버틴 뒤 올림픽에 나갈지. 주치의는 "또 다치면 선수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몇몇 지인도 "4년 뒤 도쿄 올림픽을 노리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리우올림픽 여자 유도 63㎏급 32강전이 열린 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리카 아레나2. 박지윤이 왼 무릎을 부여잡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장을 벗어나면서도 의료진의 부축이 필요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영국의 알리스 쉴레징어(세계랭킹 8위)에게 한판패 했다. 경기 종료 1분1초전 허리후리기에 당했다.

쉴레징어는 박지윤이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바쿠 그랜드슬램 우승자다. 세계 정상급 선수는 아니지만 타고난 힘을 자랑한다. 그런 상대를 맞아 박지윤은 초반 흐름을 주도했다. 먼저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이후 쉴레징어가 꺾기를 노리자 곧바로 허벅다리로 응수했다. 또 업어치기, 밭다리를 잇따라 구사했다.

그러나 경기 막판을 버티지 못했다. 밭다리를 시도하다 오히려 되치기를 당했다. 한판이었다. 그 순간 무릎에 큰 충격이 왔다. 등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게 더 큰 고통으로 이어졌다. 그 장면을 본 동료들, 코칭스태프는 가슴이 저며왔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63kg에 출전한 박지윤이 9일 오전(현지시간) 영국의 앨리스 쉴레징거와의 경기에서 한판패를 당했다../2016.8.9/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조준호 대표팀 트레이너는 박지윤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유도인이다. 그는 "그녀가 올림픽에 서는 것 자체로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조 트레이너는 경기 전부터 간절함을 담아 박지윤을 응원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박지윤은 조구함 선수와 함께 올림픽 매트에 서는 날짜와 무릎 수술 날짜를 함께 받아 들고 이곳 브라질로 왔다"며 "더 이상 무릎에 손상이 오면 선수 생명을 장담 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올림픽에, 자신의 꿈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엔 걷기조차 힘들었다. 부은 무릎에 얼음을 대고 또 운동을 하고 염증과 싸우고 무릎에 찬 피를 빼고 운동을 했다"며 "어쩌면 이 두 선수는 올림픽에 나가서 매트 위에 서있는 것조차 기적일지도 모른다. 나는 두 선수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박지윤은 그동안 무릎 주변을 둘둘 감싼 테이핑에 의지해 훈련을 했다. 예전과 같은 힘은 쓸 수 없지만 이 방법뿐이었다. 조 트레이너는 "올림픽 전 누구보다 일찍 체육관에 나와 누구보다 늦게까지 남아 훈련한 게 박지윤"이라고 했다.

아쉽게 그의 올림픽은 2분59초만에 끝났다. 첫 경기, 32강에서 공격을 시도하다 되치기를 당했다. 만약 왼 무릎이 정상이었다면…. 힘을 더 줄 수만 있었다면…. 가정에 가정만 늘어놓으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의 도전 정신과 투지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충분히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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