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정말 참 잘 왔다 #꼬꼬마'
손연재가 걸어온 길은 곧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역사였다. 세종초 6학년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손연재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아시안게임 첫 메달인 동메달을 거머쥔 이래 '최초'의 기록을 잇따라 써냈다.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첫 메달(2012년 펜자월드컵), 올림픽 첫 결선 진출(2012년 런던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2014년 이즈미르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한국 리듬체조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손연재는 이번 올림픽을 위해 칼을 갈았다. 지금껏 보여줬던 것보다 더 촘촘하고, 더 디테일한 연기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리듬체조 선수에게는 생소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손연재의 장기인 '포에테 피봇'(한쪽 다리를 들고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동작)은 다리를 접고 회전하던 기존 동작(0.1 가점) 대신 다리를 편 채 도는 고난도 기술(0.2 가점)로 진화했다. 장점이었던 표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리본 종목의 음악을 탱고로 선택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 강사에게 탱고춤까지 배웠다. 성과는 바로 이어졌다. 손연재는 올림픽이 열리는 올 시즌, 6개 대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며 기복 없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리우올림픽은 손연재가 그간의 준비를 매트 위에서 보일 마지막 무대였다.
|
모든 준비는 끝났다. 지난달 2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손연재는 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리타 마문 등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전에 출전하는 러시아 대표 선수들과 함께 실전 같은 훈련을 소화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도 러시아 대표팀과 마무리 훈련을 함께 했다. 훈련 강도는 높았다.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으로 나눠 총 6시간 동안 연기력 다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저녁에는 체력훈련과 물리치료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리우 입성 후 하루 쉼표를 찍은 손연재는 18일(한국시각)부터 다시 훈련을 재개했다. 옐레나 리표르도바 전담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30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갔다. 몸풀기 후 후프, 볼, 곤봉, 리본을 순서대로 이어가며 감을 유지했다. 배경음악 없이 연기를 점검하며, 세부 자세를 가다듬었다. 잘 되지 않는 동작은 몇번이고 반복했다. 훈련을 마친 손연재는 "인터뷰는 경기 끝나고 하겠다. 죄송하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시였다.
예선에서 몇차례 아쉬운 연기를 보였지만 볼-후프-리본-곤봉 4종목 합계 71.956점을 기록, 5위로 예열을 마쳤다. 가장 공들인 리본에서 습한 날씨와 에어컨 바람이 부는 경기장 특성으로 고전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하지만 손연재는 개의치 않았다. 2대회 연속으로 결선 진출에 성공한 손연재는 "실수는 좀 있었지만, 월드컵 때보다 좋았다"며 "이제 점수와는 상관없다. 제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을 보여드릴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다짐했다. 그는 자신의 다짐대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4년 전 올림픽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성적표(개인종합 5위)를 안겼던 런던이 그에게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무대라면, 이번 리우는 그의 리듬체조 인생을 결산한 마지막 마침표였다. 4년의 눈물, 4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