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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러플쇼' 천-하뉴, 강릉을 빛낸 월드클래스, 옥에 티는 '빙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2-19 21:20


ⓒAFPBBNews = News1

"하뉴와 천은 다른 세계의 선수 같아요."

이시형(17·판곡고)의 말 그대로 였다. '유럽 최강자'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가 빠진 이번 대회의 초점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일본)과 '미국 남자 싱글의 희망' 네이선 천에게 모아졌다. 둘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세계 피겨계를 주름잡고 있다. 명불허전이었다. 클래스가 다른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하뉴와 천은 격이 다른 쿼드러플 점프로 강릉아이스아레나를 환호로 물들였다.

승자는 천이었다. 천은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115.48점과 예술점수(PCS) 88.86점을 묶어 204.34점을 받았다. 2일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103.12점을 받은 천은 총점 307.46점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기록한 본인의 베스트 기록(282.85점)을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으로 무려 20.33점을 받았다. 이후 쿼드러플 플립을 성공시킨 천은 이후 쿼드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를 실패하자 4번째 요소인 쿼드러플 토루프 싱글 점프 뒤에 더블 토루프를 붙이는 기지를 발휘했다. 다른 점프도 마찬가지였다. 트리플 악셀+싱글 루프+트리플 플립을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토루프로 처리한 천은 트리플 루프 대신 과감히 쿼드러플 살코로 바꿔 뛰었다. 가산점까지 더해 12.84점을 받았다. 나머지 스텝과 스핀을 모두 최고 난도인 4로 처리한 천은 시즌 베스트로 1위에 올랐다.

비록 2위로 밀리기는 했지만 하뉴의 경기력도 대단했다. 한국에서 열린 경기였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마치 일본 같았다. 4000여명의 일본팬들이 일찌감치 응원 통천을 걸고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이번 대회에서 첫 4대륙 우승을 노린 하뉴는 쇼트프로그램에서 다소 부진한 97.04점을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 사활을 걸었다. 첫 점프인 쿼드러플 루프를 시작으로 이어 쿼드러플 살코까지 클린으로 연결했다. 두 점프로 받은 점수만 26.07점에 달했다. 이후 무난한 연기를 펼쳤지만 가장 높은 점수를 자랑하는 쿼드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이후 하뉴는 쿼드러플 토루프에 더블 토루프를 붙이는 승부수를 띄우며 분위기를 바꿨다. 하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206.67점(TES 112.33점+PCS 94.34점)으로 시즌 최고점이자 천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역전까지는 한걸음이 모자랐다.

두 월드클래스의 화려한 경기에 강릉아이스아레나를 찾은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천은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어 기쁘다. 좋은 기억을 안고 가서 더 기쁘다"고 웃었다. 피겨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종목이다. 하뉴와 천이라는 최고 스타는 1년 뒤에도 변함없이 강릉을 달굴 주인공들이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빙질이었다. 유난히 선수들의 점프 미스가 많았다. 패트릭 챈(캐나다), 우노 쇼마(일본) 등이 시즌 베스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록을 냈다. 지난달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이후 새롭게 얼음을 만들었지만, 당시 보다 두껍고 딱딱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이시형은 "엣지 점프가 잘 안됐다"고 아쉬워했고, 김진서(21·한체대)도 "종합선수권대회보다 별로 였다. 차라리 연습링크가 더 나았다"고 평했다.

한편, 한국 선수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첫 출전한 이시형이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가능성을 보였을 뿐, 기대를 모은 김진서와 이준형(21·단국대)은 계속된 점프 실수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시형은 총점 195.72점을 얻었으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16위에 올랐다. 지난달 열린 전국남녀종합선수권에서 3위에 오르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시형은 종전 개인 총점 최고 점수인 174.28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김진서와 이준형은 부진했다. 김진서는 195.05점, 이준형은 187.58점에 그쳤다. 두 선수 모두 본인 최고 점수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불운이 겹쳤다. 김진서는 스케이트 날집이 부러졌고, 이준형은 빙판에 물체가 떨어져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4대륙 대회에서 큰 경험을 한 김진서와 이준형은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서 만회를 노린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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