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긴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혼을 했고, 두 딸의 아빠가 됐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고, 더 발전하기 위해 미국 전지훈련에 나선다. 더 성숙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 로러스엔터프라이즈와 격투기 업계 최고 대우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정찬성은 버뮤데즈와의 경기서 승리한 뒤 케이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시국이 지금 어렵다. 대한민국 사람이 한 마음으로 화합해서 이번 만큼은 마음 따뜻하고 강력한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고 한달 넘게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미국에 있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준 장모님과 처제들 여행을 보내주고 애들을 봤다. 또 복귀전 준비를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다녔고, 치료와 재활훈련도 했다.
-경기가 1라운드에 끝났는데 치료 받아야 할 곳이 있었나.
▶탈구됐던 오른쪽 어깨는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다. 오른쪽 무릎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무리를 해서인지 좋지 않았다. 무릎 내측 인대가 없어 무리를 하면 안 좋아진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 재활을 해야한다.
-3년 6개월만에 실전 경기를 했다. 아무리 훈련을 했다고 해도 경기 감각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감을 점점 잃어버리는게 문제이긴 했다. 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올라가서야 예전에 뛰었던 게 실감이 났다. 그래도 오랫동안 경기를 못한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를 못했기에 더 간절함이 있었고, 그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
▶아니다. 원래는 판정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그동안 마인드가 바뀌었다. 예전엔 무조건 1라운드에 끝낸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는데, 이젠 판정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1라운드에 KO시킨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을 땐 끝내지 못하면 당황했다. 그래서 길게 보고 경기를 하는 것으로 바꿨다. 저번 경기처럼 KO가 나오면 좋고….
-KO를 시킨 어퍼컷이 러키펀치란 얘기가 있는데.
▶나와 경기를 한 선수 중에 내 어퍼컷을 안 맞아본 선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펀치라는 것이 한발짝 차이로 맞고 안 맞고가 갈린다. 상황이 운 좋게 딱 맞았다. 러키펀치라고 해도 상관없다. 사실 러키펀치로 끝나는 게 KO 아닌가. 그런 말이 있다고 해서 발끈하거나 하지 않는다.
-최두호와 같은 페더급인데, 선배로서 조언을 해줄 게 있을까.
▶그 친구가 나보다 더 잘한다. 운동을 오랫동안 같이 많이 해봐서 잘 아는데 내가 특별히 얘기할 게 없다. 두호와 내 생각이 같은데, 둘이 챔피언전이 아니면 맞붙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둘이 붙기 위해선 둘 중 한명이 챔피언이 돼야 한다.
-그동안 가장 큰 변화가 가장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데.
▶링에 오를 때보단 경기를 준비할 때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예전엔 내가 좋아서 한 격투기였다. 싸우는 게 좋았고, UFC에서 뛰는 것도 좋았고 명예를 얻는 게 좋았다. 이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현실적이 됐다고 할까. 돈을 위해서 뛴다는 생각이 더해졌다.
|
▶애들한테만 그런 거 같다. 애들 밥먹이고 재우고 목욕시키는 것은 집에 있을 땐 내가 다 한다. 집안일은 쓰레기 버리는 정도? 요리도 못하고 별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경기가 잡혀 준비할 땐 운동에만 몰두한다.
-경기가 몇달에 한번씩 열리는데 훈련을 어떻게 하나.
▶지금은 마음껏 먹고 하루에 1∼2차례 운동을 한다. 경기 날짜와 상대가 결정되면 2달전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하루 세차례 훈련을 하면서 식단 조절도 한다. 보통 육류 위주로 먹고 저염식을 한다. 이땐 몸이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집안일을 할 수가 없다.
-30세가 됐다. 언제까지 격투기를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5년 정도를 보고 있다. 젊었을 때 몸관리를 너무 못했다. 미국에서 훈련을 해보니 우리나라와는 너무 달랐다. 체계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국에선 좀 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다. 그래서 30대 후반에도 잘 뛰는 외국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면서 관리를 잘하면 5년 정도는 좋은 기량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벤 헨더슨과 미국에서 훈련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4월쯤에 갈 생각이다. 한달 정도 벤 헨더슨과 같이 훈련할 계획이다. 헨더슨은 친하면서 가장 존경하는 선수다. 영상통화나 문자도 자주 하는 사이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의사 소통이 되더라.(웃음)
-그동안 경기 중 100점을 주고 싶은 경기가 있었나.
▶그런 경기는 하나도 없다. 다 뭔가 마음에 안들더라. 특히 이번엔 마지막 펀치 빼고는 원했던대로 된 게 없어서 10점 밖에 안 줬다.
-알도와의 타이틀전이 팬들에겐 아쉬움으로 남는데.
▶알도와의 게임은 타이틀전이라 판정을 생각하고 준비를 했다. 알도가 경기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초반엔 지더라도 후반에 점수를 딸 계획이었다. 1라운드를 지고 2라운드부터 하려고 했는데 2라운드도 졌다. 3라운드부터 알도의 숨소리가 들리면서 자신감이 생겼는데 어깨가 탈구되며 결국 패고 말았다. 그 경기도 10점 정도 밖에 못주겠다. 생각대로 안 됐으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격투기 선수인데 책임감을 느끼는지.
▶한국 대표는 (김)동현이형이 아닌가. 챔피언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위치는 아닌것 같다. 난 그저 행복하게 살기위해 이길 뿐이다.
-다음 경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나.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데 얼마전에 UFC쪽에서 언제 뛸 수 있냐고 물어왔다. 난 8월쯤 뛰고 싶다고 했고, 기왕 할거면 챔피언이나 챔피언이 안되면 그 다음으로 센 선수와 하고 싶다고 했다.(정찬성은 UFC에 리카르도 라마스의 의향을 물어봐 달라고 했다. 라마스는 페더급 랭킹 3위로 상위 랭커중 상반기에 시합이 잡혀있지 않다)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을 하고 3년 7개월이 지났다. 그때의 정찬성과 지금의 정찬성을 비교한다면.
▶모든 영역에서 실력이 더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땐 격투기를 모르고 그냥 싸웠던 것 같다. 그때도 내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을 하니 그때보다 지금이 나은 것 같다. 아마 2년쯤 지나면 또 지금이 너무 모자랐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정말 격투기는 계속 배워야 하는 것 같다. 모든 무술이 합쳐져 있는 스포츠라 A라는 종목을 배우고 다른 것을 배우다보면 A종목이 또 발전해서 다시 배워야 한다. 10년을 배웠는데도 아직도 배울 게 더 많은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