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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제2의 장미란' 박혜정(20·고양시청)이 두번째 세계선수권에서 '우상' 장미란을 뛰어넘었다.
장미란도 못한 쾌거다. 장미란 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현역 시절 총 4차례(2005년 카타르 도하, 2006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2007년 태국 치앙마이, 2009년 한국 고양시) 세계 챔피언에 올랐으나, 이 기간에도 인상은 1위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준 바 있다.
이날 박혜정은 인상 1차 시기서 120㎏에 성공했다. 이어진 2차 시기에서 124㎏을 들어 2위를 확보했다. 박혜정은 마지막 3차 시기서 131㎏을 신청했다. 하지만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리원원이 1, 2차 시기에서 130㎏에 연거푸 실패하더니 더는 플랫폼 위에 서지 않고 기권했다. 리원원의 기권으로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예약한 박혜정은 131㎏에 도전하지 않고 포기했다. 함께 출전한 손영희는 인상에서 122㎏으로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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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연거푸 작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주니어 무대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박혜정은 지난해 5월 그리스 헤라클리온에서 벌인 세계주니어선수권(인상 120㎏, 용상 161㎏, 합계 281㎏)과 7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치른 아시아주니어선수권(인상 115㎏, 용상 155㎏, 합계 270㎏)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연령 제한에 묶여 시니어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박혜정은 지난해 4월 첫 시니어 대회였던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역도 대표선발 평가전에 나서 우승을 거머쥐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2022년에는 합계 274㎏(인상 119㎏·용상 155㎏)으로 8위에 그쳤다. 고교 2학년 때 합계 290㎏을 들었던 박혜정은 고교 3학년 목표를 '합계 300㎏'로 정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그의 합계 최고 기록은 오히려 퇴보한 285㎏이었다.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다. 슬럼프로 이어졌다.
하지만 박혜정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올해 실업 생활을 시작한 박혜정은 5월에 열린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7㎏, 용상 168㎏, 합계 295㎏을 들어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리원원의 합계 기록 315㎏(인상 140㎏·용상 175㎏)과 격차가 있었지만, 박혜정은 합계와 인상 2위, 용상 3위에 오르며 또 한 번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2020년 이후 합계 295㎏ 이상을 든 여자 선수는 리원원과 박혜정, 단 두 명뿐이다.
박혜정은 두 번째로 나선 세계선수권에서는 리원원을 제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장미란도 하지 못한, 새로운 역사를 쓰며, 온전히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박혜정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나선다. 홈이점을 안고 있는 리원원의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세계 챔피언의 자존심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