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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키'에서 '에이스'로, 남자 58kg 장준, 태권도 겨루기 '첫 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09-25 18:30 | 최종수정 2023-09-25 19:24


'슈퍼루키'에서 '에이스'로, 남자 58kg 장준, 태권도 겨루기 '첫 …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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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시 '에이스'였다.

장준(23·한국가스공사)이 금빛 발차기에 성공했다. 장준은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남자 58㎏급 결승전에서 이란의 마흐디 하지모사에이나포티를 라운드 점수 2대0(5-4 4-4)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개인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전날 품새에서 강완진과 차예은이 동반 금메달을 거머쥔데 이어, 장준이 겨루기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태권도는 이틀 동안 세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효자 종목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한국 태권도는 고민이 컸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노골드'의 수모를 겪었다. 이달 초 열린 파리 월드그랑프리에서도 '노골드'였다. 파리 월드그랑프리를 아시안게임 전초전으로 삼았던 대표팀은 큰 충격을 받았다. '노골드'의 흐름을 깨는 것이 중요했다. 자칫 암흑기가 길어질 경우, 파리올림픽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었다. '에이스'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대훈(은퇴)과 같은 '슈퍼에이스'가 없는 지금, '믿을맨'은 장준이었다. 장준은 완벽한 금메달로 기대에 100%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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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은 16강에서 스리랑카의 샬린다 리야나지를, 8강에서 대만의 왕위샹을 모두 라운드 점수 2대0으로 격파했다. 4강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모흐센 레자이까지 2대0(7-5 14-12)으로 제압했다. 경기 초반 스코어가 한동안 4-4에서 올라가지 않는 등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으나 장준이 회심의 돌려차기로 상대 몸통을 가격하며 1라운드를 가져왔다. 2라운드 시작과 함께 연이어 몸통·머리 공격을 허용하며 0-5로 끌려간 장준은 또 한 번 몸통·머리 연타를 맞아 이번 라운드를 내주는 듯했다. 1-10까지 벌어지자, 장준의 발끝이 번쩍였다. 불꽃같은 맹공격으로 연타를 몰아치며 2라운드 종료 1분 10초 전 기어이 13-12로 역전을 이뤄냈다.

대망의 결승전, 팽팽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장준은 1라운드 몸통 공격을 작렬시키며 기선을 제압했다. 상대의 머리 공격을 잘 피한 뒤 헛점을 노려 5-4로 신승했다. 2라운드에서 하지무사엘나푸티에게 3점짜리 공격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틈이 보이지 않았던 순간, 장준이 돌려차기로 상대를 장외로 밀어냈다. 5초를 남기고 장준의 돌려차기가 상대 머리에 들어갔다. 이어진 운명의 비디오 판독. 머리 공격이 인정되며 3점이 추가되며, 4-4 동점이 됐다. 경고에서 앞선 장준은 2라운드마저 가져오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에이스' 답게, 한국 태권도의 자존심을 살렸다.


'슈퍼루키'에서 '에이스'로, 남자 58kg 장준, 태권도 겨루기 '첫 …
사진캡처=장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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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은 '슈퍼루키'였다.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한 장준은 당시 아버지 족구 동호회에 있는 관장님의 소개로 태권도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카바 빈곳을 때려야 하는 머리싸움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공부와 운동 사이에 고민하던 장준은 중학교 3학년때 전국대회 첫 우승을 계기로 확 달라졌다. 소년체전까지 거머쥐며 또래 최고의 선수가 됐다.

홍성고 진학 후 주니어 국가대표선 선발돼, 주니어 세계선수권, 주니어 아시아선수권 등을 거머쥐며 주목을 받던 장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1위 김태훈과 대혈투를 펼쳤다. 아쉽게 대표팀 합류는 실패했지만, '슈퍼루키'는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슈퍼루키'의 기세는 대단했다. 2018년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월드태권도 그랑프리에선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세계선수권까지 거머쥐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세계태권도연맹 선정 '올해의 남자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슈퍼루키'에서 '에이스'로, 남자 58kg 장준, 태권도 겨루기 '첫 …
사진캡처=장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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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이대훈의 후계자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장준의 태권도 인생에 첫 시련이 찾아왔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이었다. 장준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실전 감각이 떨어지며, 동메달 획득에 그쳤다. 주변의 큰 기대에 중압감을 받은 장준은 준결승에서 무명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에 일격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무섭게 성장한 유망주들의 추격까지 허용했다. 지난해 4월에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박태준(경희대), 배준서(강화군청)와 물고 물리며 접전 끝에 재경기까지 펼쳤고, 천신만고 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장준은 이번 대회에서 부담감을 털고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중압감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도쿄올림픽의 교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2022년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기세를 탄 장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흐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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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장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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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준의 시선은 파리올림픽을 향한다. 올림픽 금메달의 한을 풀고 싶은 장준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대단히 중요한 무대였다. 장준은 현재 남자 58㎏급 세계랭킹 3위로 국내 선수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라이벌' 박태준이 4위, 배준서가 6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파리올림픽 출전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배준서에게 연이어 패하며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내줬고, 배준서는 이 대회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장준은 아시안게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달며, 파리행을 향한 자신감을 더하는데 성공했다.

'슈퍼루키'는 아시안게임 정상에 서며 명실상부 '에이스'로 입지를 분명히 했다. 이제 장준은 올림픽에서 '슈퍼에이스'로의 대관을 꿈꾸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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